순간 초속 9.6m 강풍 변수 “오히려 좋아”
드론 바닷속 ‘풍덩’ “슬프지만 추억거리”
“드론낚시 경험이 중요” 단골 참가 늘어
‘최연소’ 11세 아들과 7년째 父子 출전
“드론 캐스팅 신기해” 구경하는 시민도
“매년 성적이 좋아서 3㎏ 이상 잡겠다는 목표를 잡았는데, 바람이 변수였네요.”
짜릿한 ‘손맛’을 기대한 ‘안루사랑’ 안종현(45)씨는 멋쩍은 듯 ‘입맛’만 다셨다. 지난해 9월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서 열린 ‘2024 전국드론낚시&축구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안씨는 2연패를 꿈꿨지만 올핸 가족과의 추억 한 페이지를 채운 것에 만족해야 했다. 안씨는 2019년부터 7년째 ‘부자(父子)’ 팀으로 참가 중이다. 아들 안루원(11)군은 올해도 최연소 선수 타이틀을 차지했다. 안씨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생각했지만 몸까지 흔들리는 강풍에 드론을 날리는 게 위축이 됐다”며 “평소였으면 10번 날릴 것을 3번 정도밖에 못 날렸다. 입질할 때 탁 들어줘야 하는데 이게 바람인지 입질인지 헷갈리면서 제대로 낚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회가 열린 충남 당진 석문방조제는 이날 순간 풍속이 초속 9.6m에 달했다. 간판이 흔들릴 정도의 세기이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자비없는’ 강한 바람을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2번째 대회에 참가한 ‘성공의미학’은 강풍에 드론을 겨우 10번 정도 날렸다. 아들과 팀을 꾸린 박덕진(56·당진)씨는 “평소 원투낚시를 즐기는데 아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참가했다”며 “비바람이 불어 날씨는 좋지 않지만 이런 변수가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것 같다”고 환히 웃었다.
바람이 거세질수록 의지는 불타올랐다.

처남, 누나 등 가족이 총출동한 ‘엄지드론B’팀의 김진성(51)씨는 1시간30분 동안 7차례나 드론을 바다에 띄우는 등 강행군을 펼쳤다. 김씨는 “강풍이 불어도 이런 경험치를 쌓는 게 중요하다. 드론낚시는 드론 운용의 묘가 핵심”이라며 “더 적극적으로 바다에 드론을 투입시켰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8번째 띄운 드론을 바다에서 건져냈다. 그는 “결국 드론이 바다에 수장되긴 했지만 가족들과 추억 에피소드가 생겼다고 위로하는 중”이라며 “비바람에 슬픈 마음을 달래고 있다. 내년엔 반드시 1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회 첫 수는 ‘아바이드론 NO1’팀이었다. 양모(52)씨는 대회 시작 40분 만에 무게 0.123㎏, 15㎝가량 크기의 돌도다리를 잡았다. 드론낚시 5년차인 양씨는 “동해바다를 중심으로 야간 드론 낚시를 많이 해 드론을 멀리 보내는 게 장점”이라면서 “오늘은 바람 때문에 멀리 던지지 못했는데도 처음으로 물고기를 잡아 기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드론낚시의 매력이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세계드론낚시대회는 드론을 이용해 낚싯줄을 최소 20m 이상 날려 바다에 떨어뜨려 낚은 물고기의 중량을 합쳐 가장 무거운 순서로 순위를 결정한다.
바다낚시 10년 경력의 ‘드론수색대’팀 양민호(43)씨는 “그냥 릴로 던지면 거리에 한계가 있는데, 드론은 200∼300m 이상을 던질 수 있다”며 “드론낚시를 하면 할수록 멀리 보낼 수 있는 역량과 노하우가 생기는 게 재밌다. 회사 동료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건 덤”이라고 했다.
대회가 열린 장소도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방조제 옆엔 드론산업지원센터가 지난해 문을 열었다. 당진시가 드론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초기지이다. 최근 방조제엔 드론 동호회와 관련 업체가 몰리고 있다. 당진시는 드론 비행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드론특별자유화구역 지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일보에서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마련한 푸드트럭은 인기를 모으며 ‘대기줄(?)’이 생기기도 했다. 어묵과 호떡 300인분은 오전에 일찌감치 동이 났고, 떡볶이와 꽈배기 등도 참가자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인근 시민들은 바다 위를 활개치는 드론을 구경하러 삼삼오오 모이기도 했다.
장고항에 사는 박성진(65)씨는 드론이 릴 낚싯대에서 줄을 끌고 500m가량을 비행해 원하는 포인트에 도다리 낚시채비를 떨어뜨리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색 볼거리에 또 다른 시민은 방파제 턱에 앉아 대회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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