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 재조사를 마무리했다. 1차 조사와 달리 검찰 고발 의견을 제외하는 대신 관련 매출액을 대폭 늘려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과징금 액수도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의 담합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지난 18일 각 은행에 발송했다. 은행들은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한 뒤 이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시장 경쟁을 제한해 부당 이득을 얻고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할 때 주택 가치 대비 대출 금액으로, 경쟁당국은 은행들이 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짬짜미해 경쟁에 제한됐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단순 정보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며, 부당 이익도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정보 공유 이후에도 은행별 LTV가 일정 부분 차이를 보여 경쟁이 제한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결론을 낼 방침이었다. 하지만 시살관계를 추가 확인하기 위해 결론을 보류하고 재심사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가 4대 은행 제재를 확정하면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된다. 공정위 심사관은 재심사 명령 이후 지난 2월 4대 은행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등 재조사를 벌인 끝에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새로 작성했다.
공정위는 새 심사보고서에서 각 은행의 정보교환 행위가 대출 조건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관련한 증거를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심사보고서의 경우 검찰 고발 의견을 제시했지만, 새 심사보고서에서는 이를 철회했다. 대신 과징금의 근거가 되는 관련 매출액을 상향 조정했다. 1차 때는 LTV 관련 대출 신규취급액만 관련 매출액 기준으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기한 연장 대출 규모까지 추가했다. 매출액이 늘어난 만큼 위원회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당초 수천억원대로 예상됐던 과징금 액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각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전원회의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 전원회의를 통해 심사관과 은행 측 입장이 나왔던 만큼 심의 결과는 빠르게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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