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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법조인 대통령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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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4 16:14:41 수정 : 2025-06-04 16: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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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2003년 2월∼2008년 2월 재임)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법조인 대통령이다. 그는 사법연수원(7기)을 수료하고 1977년 9월 대전지법 판사로 임명된 만큼 법관 출신 첫 대통령에도 해당한다. 다만 그가 판사로 일한 기간은 7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대전지법에 부임한 이듬해인 1978년 부산에서 변호사로 개업했으니 ‘법관 출신’이란 수식어가 옹색할 지경이다. 누구보다 법을 잘 지킬 줄 알았던 그가 퇴임 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또한 의외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헌법 제69조에 규정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부터), 이주호 국무총리 권한대행(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형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헌법재판관), 조희대 대법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등 헌법기관장들이 이 대통령의 선서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2017년 5월∼2022년 5월 재임)은 사법연수원(12기) 수료에 앞서 판사를 지망했으나, 과거 대학생 시절 반정부 운동에 참여한 이력이 문제가 되자 미련 없이 변호사 개업을 택했다. 노 전 대통령과 나란히 법무법인 부산에서 활동하며 시국 사건 등 피고인들을 위한 변론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퇴임 후 무사할 줄 알았는데 역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가 되었으니 참으로 뜻밖이다. 오는 6월17일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라니 지켜봐야 하겠다.

 

윤석열 전 대통령(2022년 5월∼2025년 4월)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역임했다. 사법시험에 8번 낙방하고 9번째 도전에야 붙어 사법연수원 기수(23기)는 낮지만 웬만한 선배 검사보다 나이가 많았다.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들어 그를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로 여겼으나, 정작 본인은 기나긴 수험 생활 동안 오기(傲氣)만 늘었던 모양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 거대 야당을 쓰러뜨리려 한 반헌법적 시도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을 당하고 말았다.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처럼 사법연수원(18기) 수료 후 곧장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는 2017년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우리(연수원 동기생들)는 군사정권의 판검사로 임용 받지 말자고 다짐하며 군법무관이나 변호사의 길로 떠났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이 연수원을 마친 1989년은 노태우정부 시절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앞으로 남은 임기 5년 동안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딜 때의 초심(初心)을 잃지 말길 바란다.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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