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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與 대법관 증원법 강행, 취임 첫날부터 무리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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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4 23:06:37 수정 : 2025-06-04 23: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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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를 열고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현행 14명(대법원장 포함)인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고, 공포 후 1년 유예한 뒤 4년 동안 매년 4명씩 충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늘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첫날부터 사법부에 메스를 댄 것이라 우려스럽다. 대법관 증원같이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을 국민적 공감대도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는 건 무리수 아닌가.

 

민주당은 대법관이 1인당 연간 약 5000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해 심층적 심리가 어렵다는 점을 증원 이유로 내세웠다. 대법원이 그간 대법관 증원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늘어난 대법관들을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정권 입맛에 맞게 사법부를 길들일 것이라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비법조인 출신을 대법관으로 기용하려고 했다가 역풍을 맞고 철회한 걸 봐도 그렇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이유다. 대법관이 늘어날수록 합의 과정이 길어지고 의견 통일이 쉽지 않아 전원합의체 결론이 지연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을 정지하고 무죄 선고 재판만 할 수 있게 하는 법안도 처리했다. 심지어 ‘판사 법 왜곡 처리법’도 발의했는데, 판사들이 이 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오죽하면 전·현직 법조인과 법학 교수 1004명이 “대법원이 이 후보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사법권 독립을 위태롭게 하는 초유의 만행이 자행되고 있다”는 긴급 시국선언을 했겠나.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은 2004년 대법관을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면서 12명을 전부 친정권 인사들로 채웠다. 이후 차베스 사망 때까지 그의 뜻에 반하는 대법원 판결은 없었다고 한다. 여당이 압도적 입법권에 이어 행정권까지 쥔 마당에 사법부까지 장악하려 드는 건 삼권분립을 송두리째 흔드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대법관 증원은 법조계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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