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결과 8.27%P와 큰 차이
金 지지 표심 ‘과소 집계’ 돼
일부 보수 유권자 속내 숨긴 듯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따른 6·3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49.42%의 득표율로 4일 당선됐다. 전날 투표 마감 직후 공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는 순위는 적중했지만, 이 대통령이 과반 득표율을 거둘 것이란 예측이 빗나가며 과거보다 정밀도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에 투표했지만, 그 선택이 마냥 자랑스럽진 않은 ‘샤이 보수’ 현상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 선거 결과, 이 대통령은 49.42%(1728만7513표), 김 전 후보는 41.15%(1439만5639표), 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선후보는 8.34%(291만7523표), 민주노동당 권영국 전 대선후보는 0.98%(34만4150표)를 얻었다. 이 대통령과 김 전 후보의 최종 득표율 격차는 8.27%포인트 차였다.

당초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이 대통령과 김 전 후보의 예측 득표율 격차가 12%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과 비교하면, 출구조사에서 김 전 후보에 대한 지지 표심이 ‘과소 집계’된 것을 알 수 있다. 3사 출구조사뿐 아니라 JTBC·채널A 출구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김 전 후보를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MBN 출구조사만이 이 대통령(49.2%)과 김 전 후보(41.7%)의 예측 득표율을 실제와 가장 근접하게 맞췄다.
과거 대선에서 출구조사 예측치가 최종 득표율과 소수점 한 자릿수대 오차만을 허용할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출구조사는 이례적이다. 특히 방송3사 출구조사는 수만명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예측도가 매우 높았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종 득표율(48.5%)과 출구조사 예측치(48.4%)는 0.1%포인트 차로 거의 일치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맞수였던 이 대통령의 실제 득표율과 출구조사 예측값(47.8%)은 소수점 첫 자릿수까지 적중했다. 반면 16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대선 3사 출구조사에서 이 대통령은 51.7% 득표율로 압승이 예상됐으나, 실제와는 2.28%포인트 차였다.
전문가들은 ‘샤이 보수’ 표심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파면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김 전 후보에 대한 지지를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출구조사는 면접원이 투표장을 나오는 유권자를 찾아가 조사하는 면대면 방식이다. 또 선거법상 사전투표는 출구조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3사 출구조사에서 사전투표에 대한 결과는 5244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로 보정이 이뤄졌다.
이택수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대표는 “출구조사에서 모의투표함에 투표지를 직접 넣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정확도를 높였는데, 이번에 사전투표를 한 34%가량의 유권자들 대상으로는 직접 통화를 했다”며 “면접원이 생판 모르는 유권자에게 지지후보를 물으니 김 전 후보를 지지한 샤이 표심을 잡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우려해 국민의힘과 김 전 후보에 투표하면서도 부끄러움이 있는 유권자들이 꽤 많이 있었던 것”이라며 “이분들이 응답에 솔직하게 임하지 않거나 출구조사를 회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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