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 후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 2770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울 것이라는 기대감에 1조원이 넘는 외국인 투자금이 들어온 영향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개미(개인투자자)’였음을 내세우며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해오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6% 상승한 2770.84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77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8월 1일(2777.68) 이후 10개월 만이다. 외국인이 1조500억원, 기관이 200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삼성전자(1.76%)와 SK하이닉스(4.82%) KB금융(7.90%) 등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상승했다.
새 정부가 추진할 산업 육성책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환원 확대, 불공정 거래 처단을 앞세운 증시 부양책이 현실화되리란 기대감이 번진 것이다.
원화 가치도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6원 내린 1369.5원을 기록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가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했다. 이에 30조원 이상 규모의 추경이 거론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투입은) 내수 지지에 유의미하다고 판단한다”며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7%에서 1.1%로 상향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화가 강세이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까지 고려하면 3분기부터 내수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내수 회복 기대감에 이날 오리온홀딩스(19.11%) 이마트(3.31%) 영원무역(3.02%)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증시 부양책으로 추진 중인 ‘부스트업 프로젝트’도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중복 상장 제한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며 이날 지주사인 한화(20.98%) SK스퀘어(13.06%) CJ(12.19%) 두산(11.00%) 등이 급등했다. ‘코스피 5000시대’ 공약 기대감에 이날 미래에셋증권(13.25%) 한국금융지주(8.39%) 등 증권주도 크게 올랐다.
이념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이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콘텐츠 산업 육성책이 기대된다. 그동안 리더십 공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던 대미(對美) 통상 리스크도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의 공약 중 주주 환원이나 불공정 거래 처벌 등에 대해서는 이미 단계별로 강화하고 있던 사안이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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