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온 유명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북미와 일본 등지에서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자랑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국내 시장에선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대표 커피 브랜드 ‘팀홀튼(Tim Hortons)’을 운영하는 비케이알은 인천 청라 직영점의 영업을 지난 1일 종료했다. 이는 팀홀튼이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첫 직영점 폐점 사례다.
업계에서는 이번 폐점이 수익성 악화와 경쟁이 극심한 국내 커피 시장의 특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팀홀튼 측은 “캐나다의 정통성과 브랜드 감성을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인천 지역 내 보다 적합한 입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도 국내 시장에서는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 성수동에 1호점을 열며 한국에 상륙한 블루보틀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을 확장했지만, 고정비 부담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전 중이다.
블루보틀커피코리아의 2023년 매출은 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9% 급감한 2억원에 머물렀다. 당기순이익은 1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순손실을 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원인으로 △트렌드 변화 속도 △유통 구조의 특수성 △현지화 전략 부재 등을 꼽는다.

한국은 소비자 취향 변화가 빠르고, SNS를 기반으로 한 입소문이 브랜드 인지도를 급속히 바꾸는 시장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본사 중심의 직영 체제와 획일화된 글로벌 전략을 고수하면서, 국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커피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고밀도이면서 고경쟁 구조를 띠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맛, 가격, 서비스, 매장 경험, 브랜드 스토리텔링 등 전반적인 경험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환경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의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현지화 전략 부재와 느린 의사결정 구조가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이미 커피 브랜드가 과포화된 상태다. 단순한 콘셉트만으로는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며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되 끊임없는 리브랜딩과 로컬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이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