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제사회서 ‘왕따’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나경원 “한미동맹 흔들리는 것 아니냐 우려 커져”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전화 통화가 늦어지는 가운데, 야권에서 공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통상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 직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일 만큼 지연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두 취임 직후 미 대통령과 즉각 통화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는 전언이 나온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이례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우려’를 언급했다”면서 “새 정부의 노선에 대한 의구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 정부 인선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한 전 대표는 “거론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이종석 국정원장 지명자는 모두 실패한 햇볕정책의 핵심 인사들”이라며 “외교안보 라인의 세대교체는커녕, 실패한 과거로의 회귀가 이뤄지는 것이라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정책 방향도 초반부터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 내부에서 참석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대한민국 정도의 국가가 중러의 눈치를 보며 국제 안보 이슈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역대 민주당 정권은 늘 외교를 남북관계 중심으로 보는 ‘한반도 천동설’에 갇혀 있었다”며 “‘실용 외교’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진정한 실용을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전략적 선명성”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한미정상통화 지연, ‘코리아 패싱’의 시작 아닌지 우려가 크다”며 “이재명의 진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주인공’이 아닌 ‘왕따’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통화 지연에 대해 “대통령실은 ‘시차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왜 한미 정상 간 첫 통화가 지연되고 있는지를 국민께 명확히 설명해야 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주요 서방국 정상들과의 통화나 축전 소식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반응을 보인 국가는 일본의 이시바 총리, 중국 시진핑 주석, 베트남 서기장 등 소수 인근 국가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외교의 출발점은 ‘신뢰’”라며 “신뢰받지 못하는 리더에게 국제사회는 원활하게 응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당선 이후 사흘이 지나도록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이 대통령은 과연 어떻게 한미동맹을 굳건히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5시간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선 이튿날엔 통화했다”며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5일 위성락 안보실장의 지휘 아래 미국 측과 양국 정상의 통화 일정을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시차 문제 때문”이라며 “계속 조율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 상황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우리나라의 대선 결과에 대해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백악관이 동맹국인 한국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에 ‘중국’을 넣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권의 친중(親中) 성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같은 날 정부를 대표해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언급 없이 “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며 “새로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와 한미일 3자 협력 등 안보, 경제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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