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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물폭탄 쏟아졌지만 인명 피해 ‘0’… 숨은 영웅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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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06 11:16:08 수정 : 2025-08-06 14:33:51
아산=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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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급류 휩쓸려 자동차 보닛으로 대피한 운전자 협업 기지 발휘해 구조
물에 휩쓸리지 않으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시민 구한 새마을 지도자
침수된 마을 깊은 물에 빠진 80대 노인 구해낸 회사 대표

“위급상황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당연한 책무지만, 수마(水魔)가 눈 깜짝할 사람 목숨을 삼킬수 있는 상황에서 동료들과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면서 공무원의 사명과 역할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겼습니다”

 

지난달 충남 아산에 기록적인 폭우로 닥친 재난 속에서 시민 두 사람의 목숨을 지켜낸 심용근(57) 염치읍장의 말이다.   

 

지난달 17일 곡교지하차도에 진입하다 급격히 불어난 물에 잠겸버린 승용차와 보닛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차주의 모습.

6일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과 17일 400㎜가량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수백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공무원과 시민들의 용기 있는 구조활동과 행정기관의 신속한 현장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 읍장은 지난달 17일 전날밤부터 쏟아진 폭우로 저지대 침수가 시작되자 새벽 출근을 했다. 동이 트자 곧바로 자최욱진 산업팀장· 박현우 주무관 등 직원들과 현장점검을 시작했다. 오전 8시가 채 안된 시간, 곡교지하차도 인근을 지날 때였다. 교통 통제가 이뤄지기 전 지하차도로 진입하려던 승용차 한 대가 순식간에 차오른 물에 침수돼 휩쓸리는 상황을 목격했다.

 

차량은 이미 절반 이상 물에 잠겨 있었고, 운전자는 앞좌석 창문을 통해 가까스로 빠져나와 엔진룸 보닛 위에 올라가 새파랗게 질린 모습으로 “여기요∼ 살려 주세요∼”를 목청껏 외치고 있었다.

 

급류에 휩쓸려 차량과 함께 떠내려가지 직전에 있었던 시민 생명을 구한 구조한 충남 아산시 염치읍사무소 공무원 박현우·심용근·최욱진씨. (왼쪽부터)

먼저 최 팀장이 물속으로 들어갔지만 거세지는 물살에 황급히 몸을 뺐다. 구조 기구를 찾던 심 읍장과 박 주무관이 마침 인근 편의점 업주가 튼튼한 전선을 제공해 이를 구조 로프로 활용해 차량 운전자를 무사히 끌어냈다.

 

염치읍 공무원들의 수해 예찰활동이 없었다면 승용차 운전자는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집중호우 속에서 강아지를 구하다 물속에 갇힌 시민을 구조한 홍성표 새마을지도자.

심 읍장은 같은 날 오전 11시쯤, 새마을지도자 홍성표씨와 함께 컨테이너 창틀을 붙잡고 급류에 휩쓸리기 직전에 있는 시민 1명을 현수막을 로프로 사용해 추가로 구조했다.

 

물에 빠진 노인을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웅덩이에 뛰어든 용감한 시민도 있었다.

 

물에 빠진 80대 노인을 구한 윤기호 대표.

육계 유통사업을 하는 윤기호 대표가 곡교1리에서 물에 빠진 80대 김모씨를 구조했다. 윤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 공장 신축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마을을 지나던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노인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마을 하천에 빠진 것을 목격했다. 오전까지 물에 잠겨 있던 마을은 물이 다소 빠지긴 했어도 아직 곳곳엔 고인 물이 남아 있었다 노인이 빠진 곳은 중간에 급격히 물이 깊어진 곳이었다. 윤 대표는 주저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발이 바닥에 닿는 구간까지 접근해 허우적대는 김씨를 물이 얕은 곳으로 힘껏 밀어내고 자신도 물밖으로 대피했다.

 

윤 대표는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인데 누가 됐든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딱히 칭찬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 다시 그런 상황을 만나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지난달 16~17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도심 곳곳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아산시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에 총 408억원 규모의 피해를 신고했다. 이중 공공시설 피해만 193억원에 달한다. 곡교천 인근 염치읍 일대 피해가 심각했다. 곡교리 음봉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석정리까지 주택 116동과 농경지 169ha, 17개 축사가 물에 잠겼다. 그러나 단 한 건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공직자·시민들의 용기 있는 구조활동이 숨어 있었다. 자연재해 속에서 시민들과 행정기관의 발 빠른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아산=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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