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땐 제2의 IMF 사태 가능성
“3500억弗 투자 실익 검토를” 지적
대통령실 “한·미 ‘영점’ 맞추는 중”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한국경제에 가해지는 충격파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84%에 달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사실상 ‘백지수표’로 요구 중인데, 자칫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와 같은 외환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상호 간 화폐 교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14일 ‘상호관세 15%’를 위한 조건부인 3500억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관세 인하를 통해 우리 경제가 얻는 이득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보다 큰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대규모 대미 투자로 인해 ‘IMF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은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경제 체급이나 외환보유액 차이를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일본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은 상태”라며 “우리보다 내수시장이 크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낮아 돈줄 여력이 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행정부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방식을 우리 정부가 제안한 융자 및 보증을 통한 방식이 아닌 직접투자 형식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환시장 안전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청, 한·미 재정당국이 관련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달러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만큼 미측에 절충안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 해도 장기적으론 우리 기업의 미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대미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허정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대미 수출이 최소 10% 정도 감소하고, 국내 주요 산업의 고용 등에 대한 영향이 향후 6개월에서 1년 사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미가 서로의 ‘영점’을 맞춰 가는 중”이라며 “우리는 국익이 최대한 관철되는 지점으로 영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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