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 불 지르자”, “(버스) 불태워라”, (망치) 챙겨라”
재판부 “고의 단정 어려워…분노 표출, 직접 전달 안 돼”
檢 판결 불복 항소…온라인 게시판 협박범 등 ‘이중잣대’
올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헌법재판소(헌재)에 불을 지르자”는 내용의 글을 올린 3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이 남성은 “(경찰 버스를) 불태워라”, “(망치를) 챙겨라” 등 폭력 행위를 부추기는 글을 게시해 구속기소 됐으나 법원은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이고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9단독 설일영 판사는 지난달 28일 협박 및 협박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속 상태였던 A씨는 선고 직후 석방됐다.
그는 1월18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석한 뒤 내란우두머리죄 등의 혐의로 윤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튿날인 1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헌제(헌재의 오기) 가능하면 들어가지 말고 불 지르면 좋은데’라는 제목을 비롯해 7차례에 걸쳐 방화를 선동하는 글들이 작성됐다.
이어 ‘방어 수단 챙겨가라, 경찰이 폭력 쓰면 망치로 때려죽여’라는 제목의 글 등 10차례에 걸쳐 집회·시위 관리 담당 경찰공무원을 살해하거나 폭행할 것을 종용하는 게시글을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수사기관은 이런 행위에 대해 헌재 총무과 소속 보안 담당 공무원과 경찰공무원 등을 협박한 것으로 봤으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일부 경찰은 실제 공포감을 느꼈다”면서도 “피고인이 게시글을 작성할 당시 피해자들을 상대로 해악을 고지한다는 고의를 가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청유형 내지 지시형 표현으로 작성돼 피고인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설 판사는 “적대감, 분노를 표출하거나 조롱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작성했을 뿐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는 방법(우편 등)을 사용하거나 피해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사이트(헌재 또는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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