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동주택 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거래 금액이 300억원에 육박하며 평(3.3㎡)당 2억8000만원을 돌파한 것이다.

초고가 아파트가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가 아닌 자산가들의 새로운 자산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억→300억, 불과 4년만에 ‘2.4배’ 급등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73㎡가 지난 6월 290억원에 거래됐다.
국내 공동주택 역대 최고 매매가를 새로 쓴 기록이다. 공급면적 104평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당 2억7800만원에 달한다.
해당 단지는 유명 연예인과 재계 인사들이 거주하는 ‘상징적 단지’로 꼽힌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을 넘어 성수동까지 초고가 아파트 벨트가 형성됐다”며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 등으로 향후 가치 상승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 100억원대 거래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21년이다. 당시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가 120억원에 거래되며 이목을 끌었다.
이후 △2022년 청담동 ‘PH129’(145억원) △2023년 파르크한남(180억원) △2024년 한남동 ‘나인원한남’(250억원)으로 최고가가 매년 경신됐다.
올해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290억원 거래는 불과 4년 만에 최고가가 2.4배 이상 오른 셈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100억원 이상 공동주택 거래 건수는 총 31건으로, 이미 지난해(23건)를 넘어섰다.
◆자산가들의 ‘새로운 자산 포트폴리오’…빌딩 대신 아파트
전문가들은 초고가 아파트의 급등이 단순한 시장 과열이 아닌 ‘자산가 수요의 구조적 이동’ 때문이라고 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에는 10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이 상업용 빌딩이나 토지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입지·프라이버시·브랜드를 모두 갖춘 초고가 아파트를 선호한다”며 “아크로서울포레스트나 나인원한남은 단순한 주택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자산’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강력한 프라이버시 확보 △브랜드 가치 △관리 효율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빌딩은 공실 리스크와 관리 부담이 크지만, 고급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이자 ‘보여지는 상징’이라는 점이 다르다.
◆서울 부동산의 ‘양극화 상징’…평당 2억8000만원의 경고
전문가들은 평당 2억8000만원이라는 수치가 단순한 고가 거래를 넘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초고가 아파트의 급등은 일부 계층에 한정된 현상으로, 중산층 대상의 주택정책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300억원에 육박하는 공동주택 거래는 사회적 신호이기도 하다”며 “이제는 ‘어디에 사는가’가 곧 그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시대가 됐다. 초고가 아파트는 일종의 ‘프라이빗 커뮤니티’로, 계층 간 경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300억원 시대, 이제는 현실”
‘300억원 시대’는 이제 상징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초고가 아파트가 단순한 부동산을 넘어 ‘자산계층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는 가운데 한국 사회의 자산 불평등 구조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의 최상단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사회 계층 구조의 단면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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