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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20억원 로맨스스캠 실체 확인한 경찰관… “총책이 직원들 이름 줄줄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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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2 13:44:53 수정 : 2025-10-22 16:53:03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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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원대 규모의 캄보디아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 조직 총책 강모(31)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부하 직원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책임을 떠넘기거나, 자신이 범죄단체에 억류돼 귀국할 수 없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강씨와 지난해 11월 처음 통화한 김필진(44) 경위는 21일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강씨는 범죄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며 끝까지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이 로맨스스캠 사건을 하나로 모아 강씨 조직의 실체를 처음 확인한 수사관이다. 강씨 부부의 인터폴 적색수배 역시 그의 요청으로 발령됐다. 당시 강씨는 여권 재발급을 위해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았다가 자신이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임을 알게 됐다. 그러곤 그 자리에서 김 경위와 통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왼쪽부터) 120억원대 캄보디아 로맨스스캠 조직의 실체를 밝혀낸 울산 남부경찰서 김필진 경위, 120억원대 캄보디아 로맨스스캠 조직 총책 강씨와 김필진 경위가 나눈 대화 내용. 경찰 제공

그는 “내가 왜 적색수배냐, 잘못한 게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김 경위는 “한국에서 있었던 주가조작 사건 때문일 수 있다”고 답하며 귀국을 유도했다. “혹시 로맨스스캠에 연루된 것은 아니냐”고 슬쩍 묻자, 강씨는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나는 아니다. 박○○, 나○○, 신○○이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강씨가 언급한 인물들은 모두 조직 내에서 피해자 유인 대화나 인사·관리 업무를 맡았던 핵심 구성원들이었다. 강씨는 “직원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범죄인 줄 알아서 가지 않았다”, “내가 범행에 가담했으면 이렇게 돈 한 푼 없이 어렵게 살겠느냐”, “한국에 가고 싶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경위는 통화 이후에도 꾸준히 자진 귀국을 설득하는 한편 대사관 측에 “적색수배자가 도주하지 않도록 붙잡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120억원대 캄보디아 로맨스스캠 사기단 주범인 강모(31), 안모(29)씨 부부. 피해자모임 제공

이 통화는 결과적으로 강씨 부부의 위치를 특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재 강씨는 프놈펜 구금시설에 수감 중이지만, 송환 절차는 9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김 경위가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울산 지역 피해자 두 명이 각각 2억원과 8억원을 잃고 울산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수사 과정에서 김 경위는 두 피해자가 송금한 계좌 중 일부가 동일하다는 점을 발견했고, 이는 동일 조직의 소행임을 의미했다.

 

이후 그는 전국 각지의 유사 사건을 추적하며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에게 직접 연락해 사건 이송을 요청했다. 미제로 종결된 사건들도 재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그렇게 모인 사건은 총 81건에 달했다. 

 

김 경위는 이 사건들의 총괄 수사관으로 지정돼 캄보디아 최대 규모의 로맨스스캠 조직 실체를 밝혀냈다. 현재 사건은 다른 수사관들이 이어받아 조사 중이다.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로맨스스캠 혐의(범죄단체조직 등)로 강씨 부부를 포함한 83명을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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