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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가 남편 성 따르는데… 남편 성 바꾼 다카이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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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2 13:59:10 수정 : 2025-10-22 16:24:55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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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부부가 같은 姓 사용하는 ‘부부동성제’ 채택
다카이치, 남편과 가위바위보… 진 남편이 姓 바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공통점이 있다. 서양의 오랜 관습에 따라 결혼 후 남편의 성으로 바꾼 점이 그것이다. 남편이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은 예외로 쳐도 대처나 메르켈 가문은 출중한 며느리 덕분에 세계사에 길이 남았다.

 

물론 이들 국가에서 여자가 남편 성을 따르는 게 법적 의무는 아니다. 힐러리는 1975년 결혼 후 로댐이란 기존의 성을 고집하다가 남편이 정치 활동을 본격화한 1982년에야 보수층을 의식해 클린턴으로 바꿨다. 1998년 대학 교수 요아힘 자우어와 재혼한 메르켈은 새 남편 성을 따르지 않는다. 메르켈은 1982년 헤어진 옛 남편의 성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 해당한다. AP연합뉴스

일본은 다르다. 19세기 메이지(明治) 유신 후 법률에 ‘부부는 같은 성을 써야 한다’고 못박았다. 지금까지 유지되는 부부동성(同姓)제다. 이론상 남편이 부인 성을 따르는 것도 가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 부부의 90% 이상이 남자 성을 따른다. 남녀가 결혼 후에도 예전에 쓰던 성을 계속 사용하는 부부별성(別姓)제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보기엔 생경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1일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어떨까. 그는 2004년 결혼을 했다가 2017년 합의 이혼을 한 뒤 2021년 다시 결혼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남편 이름은 야마모토 다쿠(山本拓)인데, 자민당 소속으로 중의원(하원) 8선 의원을 역임한 중견 정치인 출신이다. 이들은 2021년 재결합과 동시에 부부 공동의 성을 ‘다카이치’로 통일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호적상으로만 그렇게 한 것이고, 일상 생활에서 야마모토 전 의원은 여전히 자신의 옛 성 ‘야마모토’를 쓴다.

 

남편이 부인 성을 따르게 된 이유도 독특하다. 혹자는 ‘남녀평등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라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전혀 무관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두 사람은 누가 누구의 성으로 바꿀 것인지를 놓고 가위바위보를 했고 여기서 진 남편 야마모토가 부인 다카아치의 성을 따르기로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의 남편인 야마모토 다쿠 전 자민당 의원. 현재는 정치를 그만두고 부인을 위한 외조에만 전념하는 그는 성(姓)도 부인을 따라 ‘다카이치’로 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AP연합뉴스

지난 5일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자민당 70년 역사상 여성으로는 처음 총재에 당선되며 차기 총리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을 당시 AFP 통신은 도쿄발(發)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그러나 페미니스트는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상당수 일본 여성의 숙원 사항인 부부별성제에 반대하고 부부동성제를 확고히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해석됐다. 부부별성제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가족 단위를 기반으로 한 사회 구조를 파괴할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전 세계의 입헌군주국 가운데 여성은 국왕이 될 수 없는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당장 아들이 없는 현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딸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못한다. 현재로선 일왕 유고시 동생 후미히토(文仁) 왕세제가 왕위 계승 1순위다. 일본 국내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2024년 10월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까지 나서 “부계 남성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률을 시정하라”고 촉구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금처럼 남성만 일왕이 될 수 있도록 한 제도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처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했던 2021년 9월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선 “현행 일왕 제도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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