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헌으로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도입되면 현직인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적용 여부는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가 4년 연임 개헌안을 내더라도 이 대통령은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는 “헌법에 의하면 그렇다”고 답했으면서도 국민 결단 운운한 배경은 도대체 뭔가. 국민 지지가 확인된다면 정부가 이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 처장은 판사 출신인데, 헌법을 공부한 율사가 이런 위헌적 발상을 공개석상에서 스스럼없이 밝힌 것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데다 이 대통령의 대장동 비리 의혹 사건 등을 변호한 경력이 있다. 그런 탓에 정부 법령의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핵심 요직인 법제처장에 임명될 때부터 “사법 방탄의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조 처장은 국감장에서 이 대통령의 5개 재판, 12개 혐의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고까지 했다. “법제처는 정권 변론처” “세금으로 대통령 변호사비를 대납해 주는 꼴”이라는 야당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중립 의지도 없이 이렇게 공사 구분을 못 할 바에는 법제처장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일하는 게 낫지 않겠나.
그런데도 여당은 조 처장 감싸기에 급급하다. 야당이 ‘법을 권력의 사유물로 만든 이해충돌의 전형’이라며 조 처장의 즉시 사퇴를 요구하자 그제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인 ‘검찰의 기소 남용’에는 눈을 감고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만 억누르려는 비겁한 본질 호도”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 5개 재판의 모든 혐의가 지난 정부 검찰이 ‘먼지털기식’으로 기소권을 마구잡이로 휘두른 결과라는 주장인데, 이에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 또는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이 대거 공직에 발탁됐으나 자질이 의심되는 이들이 한둘 아니다. 외교관 경력이 전무한 차지훈 주유엔 대사는 국감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제2375호 내용을 몰라 망신을 샀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우려도 큰 편이다.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나 변호를 맡았다고 공직에서 배제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상식과 전문성을 무시한 정실 인사는 결국 국정운영의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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