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트로트 최초 ‘이 노래’ 실렸다

관련이슈 이슈플러스

입력 : 2025-10-31 19:00:00 수정 : 2025-10-31 19:02:40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가수 송가인. 송가인 인스타그램 캡처

중학교 교과서에 트로트가 처음으로 실렸다. 교과서가 선택한 노래가 공개되자 “이 곡이 들어갔다고?” 놀람은 잠시, 곧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한민국이 사랑한 목소리, 그 노래가 이제 교실에서 울려 퍼진다.

 

도서출판 박영사가 최근 출판한 중학교 ‘음악2’ 교과서에는 가수 송가인의 대표곡 ‘가인이어라’가 정식 수록됐다. ‘가인이어라’는 2019년 발표된 정규 1집 수록곡으로, 트로트 장르가 국내 중등 음악 교과서에 정식으로 수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교재 대부분이 국악·클래식 또는 발라드 중심으로 구성돼 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교과서에 실린 송가인의 ‘가인이어라’. 도서출판 박영사 제공

교과서 해당 단원에는 “떠는 음, 꺾는 음, 점점 세게, 점점 여리게를 악보에 표시하고, 트로트의 시김새를 살려 노래하고 발표해보자”는 학습 문구가 실려 있다. 학생들이 트로트의 기본 창법을 직접 체험하며 음악적 표현을 넓히도록 한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트로트 수록이 학생들의 음악적 다양성을 키우고, 세대 간 문화 격차를 좁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번 교과서 등재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송가인이 가진 음악적 배경 때문이다. 국악(판소리)을 전공한 그는 정통 트로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전통 음악과 대중음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는 TV 조선 ‘미스트롯’을 통해 전국적인 트로트 열풍을 이끌며 현재의 ‘트로트 전성시대’를 연 주역으로 꼽힌다. 이후 여러 트로트 스타들이 등장했지만, 송가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통’이라는 한 길을 걸으며 여성 트로트 계보를 잇는 대표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가수 송가인. TV조선 ‘미스&미스터트롯 추억여행’ 캡처

또한 송가인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시안 발표 당시, 교육부가 국악 교육의 비중 축소 방안을 내놓자 전통음악의 가치를 강하게 강조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말이 안 된다. 우리 역사와 전통을 건드리면 안 된다”며 국악 교육 축소 우려에 아쉬움을 표했다.

 

교육부가 이후 국악 교육 비중을 유지하기로 하자 그는 “좋은 결과는 국악인들이 함께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현장을 향한 존중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철학은 이번 교과서 수록과도 맞닿아 있다. 국악과 트로트의 맥을 잇는 송가인의 노래가 교육 현장에 실린 것은, 그가 지켜온 음악적 신념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그는 올해 초 정규 4집 ‘가인;달’을 발매하며 “정통 트로트와 판소리는 비슷한 점이 많다.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르며, 앞으로도 정통 트로트를 놓지 않고 계속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등재는 그가 지켜온 ‘정통’의 가치가 공교육 안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가수 송가인. 송가인 인스타그램 캡처

‘가인이어라’를 작사·작곡·편곡한 알고보니 혼수상태(김지환·김경범)는 “국내 최초로 트로트 장르의 곡을 음악 교과서에 실은 작곡가로서 큰 영광”이라며 “트로트가 한층 더 공교육에서 인정받게 되어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소속사 제이지스타 역시 “트로트가 교과서에 실렸다는 건 한 장르가 단순한 대중음악을 넘어 음악 교육 영역으로 확장됐다는 상징”이라며 “송가인 역시 학생들이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노래로 느낄 수 있길 바라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한 음악 교사는 “전통과 대중을 잇는 장르가 교과서에 들어간 건 반가운 일”이라며 “학생들이 ‘이게 우리 노래구나’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로트의 시김새가 국악 창법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학생들이 우리 가락의 리듬감과 감정선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세대 정서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로트가 교과서로 들어온 것은 단순히 한 곡의 영광에 그치지 않는다. 국악에서 현대음악으로, 전통에서 대중으로 이어지는 문화의 흐름이 공교육 안으로 편입된 사건이다. 교실에서 울려 퍼진 ‘가인이어라’는 전통과 대중을 잇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오피니언

포토

[포토] 윈터 '깜찍하게'
  • [포토] 윈터 '깜찍하게'
  • 정채연 '깜찍한 볼하트'
  • 김유정 '친애하는 X'
  • 아이브 레이 '완벽한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