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産 석유·가스 의존하는 헝가리 이해”
미국이 러시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에게 거센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나선 가운데 정작 EU 회원국인 헝가리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미국의 제재 위협에서 벗어났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헝가리는 바다와 항구가 없는 내륙국’이란 점을 들어 설득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헝가리의 특수성을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르반은 트럼프 1기 집권기부터 ‘유럽의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와 밀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오르반은 이날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했다. 오르반은 2024년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당선인 시절부터 그와 여러 차례 만났으나 백악관에서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이 러시아의 거대 석유 회사 루코일·로스네프트 두 곳에 제재를 가한 직후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이들 기업을 통해 자국산 석유, 천연가스 등을 수출하는 것을 막고자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필요한 자금줄을 끊으려는 속셈이었다. 이 같은 미국의 제재 조치는 루코일 및 로스네프트 등과 거래하는 국가들로도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그러자 미국의 우방국인 헝가리의 처지가 곤란해졌다. 헝가리는 EU 회원국이고 미국을 맹주로 하는 군사 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도 가입한 상태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EU와 나토가 각각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및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지원에 헝가리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오르반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24년을 기준으로 천연가스의 74%, 석유는 무려 86%를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헝가리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
2026년 의회 총선거를 앞두고 재집권을 노리는 오르반으로선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유권자의 환심을 사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값싼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안정적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헝가리가 EU 다른 회원국들로부터 ‘친(親)푸틴, 친러시아’라는 조롱을 감수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날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오르반은 이 점을 트럼프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헝가리가 바다와 접하지 않은 내륙국이란 점, 항구 도시가 없어 해상을 통한 에너지 수입이 어렵다는 점, 높은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육로를 통합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트럼프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헝가리는 크고 휼륭한 나라이지만 바다가 없고 항구가 없다”라는 말로 그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오르반의 핵심 측근인 페테르 씨야르 외교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오르반 총리가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가진 회담에서 중요한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가스 관련 제재에서 헝가리에 무한대의 면제를 부여했다”며 “헝가리의 에너지 안보를 지킬 수 있게 해준 이번 결정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로써 오는 2026년 4월로 예정된 헝가리 총선에선 오르반의 집권 여당이 승리함으로써 정권을 4년 더 연장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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