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지금 한 종교 지도자의 구속을 둘러싸고, 헌법이 보장한 ‘무죄추정의 원칙’과 ‘종교의 자유’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는 거대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법적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과연 법치와 인권의 균형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여론과 권력의 눈치를 보는 사법제도로 기울었는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최근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여론은 이미 한 지도자와 그가 이끄는 종교 전체를 단죄하고 있다. 수사 기밀이 언론에 흘러나오고, 일부 방송이 마치 범죄 실황을 중계하듯 사건을 재구성하는 장면은 사법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그가 속한 종교 공동체 전체를 ‘사회악’처럼 매도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다.
무죄추정은 형사 절차상의 원칙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파제이다. 법이 여론의 도구로 전락하고, 판결 이전에 ‘감정의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 정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법은 차갑되, 인권의 온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종교 지도자에 대한 잇따른 구속과 압수수색, 언론을 통한 피의사실 유포는 법 집행을 넘어선 정치적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정당한 절차가 아닌 ‘보여주기식 수사’는 법치주의를 약화시키고, 사법권의 독립성을 무너뜨린다.
더욱이 이러한 사법권의 남용은 권력이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집단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정당성이 취약한 권력일수록,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종교 지도자들을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통제하려 든다. 그러나 그것은 곧 민주주의의 근간을 갉아먹는 일이다. 법은 결코 정치의 하위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정 지도자에 대한 사법 조치가 공정성과 비례성을 잃는 순간, 그 피해는 한 개인을 넘어 신앙 공동체 전체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종교계 전반에 불신을 확산시킨다.
종교적 행위는 인간의 내면적 자유이고, 양심의 표현이며, 공동체적 연대의 근간이다. 한국의 근대사는 종교의 자유 위에 세워졌다. 제헌의회는 기도로 개회했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예배와 법회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정신의 근본이 흔들리는 장면을 보고 있다. 국가가 특정 지도자의 구속을 이유로 종교 공동체 전체의 활동을 제약하거나, 여론이 종교를 사회적 ‘이단’으로 몰아가는 순간, 그것은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종교 탄압은 더 이상 과거의 물리적 박해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법의 이름’으로,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훨씬 정교하고 제도적인 형태로 변이해 나타난다. 그것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예배 제한, 특정 종단에 대한 편향적 법 적용, 언론의 왜곡 보도는 종교의 자유가 얼마나 쉽게 침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한 종단의 종교의 자유가 무너질 때, 그다음은 다른 종단과 사상, 나아가 우리 모두의 자유가 위태로워진다. 종교의 자유는 모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과 균형이다. 한학자 총재의 구속을 둘러싼 사태는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자유와 인권, 그리고 법의 정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종교는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비판은 진실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종교의 이름으로 행한 일’이 아니라, ‘법의 이름으로 종교를 제압하는 일’이 반복될 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잃게 된다.
무죄추정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방패이며, 종교의 자유는 그 존엄을 숨 쉬게 하는 토대다. 이 두 축이 흔들릴 때, 민주주의는 공허한 껍데기로 전락한다. 사법부는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의 파도에 휘둘리지 말고, 냉정하고도 인간적인 정의의 저울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묻고 성찰해야 한다. 법의 이름으로 누구를 단죄할 것인가, 아니면 양심의 이름으로 인간의 자유를 지킬 것인가.
신호철 해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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