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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움직임까지 구현한 ‘전자 의수’… “골프 스윙도 됩니다” [CES2026 ‘K히든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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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8 06:00:00 수정 : 2025-12-07 19:38:56
부천=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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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로봇손 전문기업 ‘만드로’

기존 의수에 코킹·스냅 기능 추가
“돈 없어 의수 못 맞추는 사람 없게”
무게 가볍고 가격은 20분의 1 수준

기술력 휴머노이드 업계서도 진가
빅테크·연구기관에서 ‘러브콜’

손목이 없다면 어떨까.

평소 손의 소중함은 알아도 손목은 모를 때가 많다. 손목이 움직이지 않으면 빗자루 쓸기, 우산 쓰기 등 간단한 동작도 상당히 불편해진다. 테니스 라켓이나 골프채를 쥐어도 원하는 대로 스윙이 불가능하다.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려 해도 각도 조절을 위해 팔꿈치 등 아래팔 전체를 움직일 수밖에 없어 팔에 무리가 간다.

로봇 손 전문기업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오른쪽)와 만드로의 손목형 전자의수 ‘마크 7X’를 착용한 싱어송라이터 고우현씨가 지난 1일 경기 부천춘의테크노파크 만드로 사업장에서 광선검 모형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이제원 선임기자

이는 상지 절단 장애인들이 매일같이 겪는 일이다. 세상에 의수는 많아도 손목 움직임까지 구현한 의수는 드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손목 기능이 추가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져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국내 로봇 손 전문기업 ‘만드로’는 내년 1월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에서 손목형 전자의수 ‘마크 7X’로 혁신상을 받았다.

만드로의 손목형 전자의수 ‘마크 7X’를 착용한 싱어송라이터 고우현씨가 지난 1일 경기 부천춘의테크노파크에서 마크 7X의 손목 움직임을 시연하고 있다. 부천=이동수 기자

마크 7X는 기존 의수에 손목의 굽힘(코킹)과 반동(스냅) 기능을 추가해 ‘손목 2자유도’를 구현했다. 기존 의수 중 손목이 돌아가는 회전 기능(1자유도)이 추가된 제품은 많지만, 굽힘이나 반동이 동시에 구현된 제품은 없다.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마크 7X에 대해 “의수의 해부학적 한계를 넘어선 혁신적 제품”이라고 호평했다.

지난 1일 경기 부천 만드로 본사에서 만난 이상호 대표는 “마크 7X의 강점은 손목 자유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표는 “마크 7X는 사람 손과 손목의 해부학적 구조와 동등한 길이에 가벼운 무게로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통 의수에 여러 기능을 추가하면 제품 자체가 길어지고 무거워진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기능을 늘렸지만 실사용에선 불편함과 어색함이 가중되는 셈이다. 그러나 마크 7X는 타 제품 이상의 기능을 탑재하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고, 기존 사용자의 손목 길이에 맞출 수 있다. 이 대표는 “마크 7X를 사용하면 골프 스윙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마크 7X의 가장 큰 혁신은 가격이다. 해외 제품 대비 20분의 1 수준이다. 해외에선 손목에 자유도가 추가될 때마다 1만달러 이상이 들지만, 만드로는 50만∼80만원이면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이 대표의 부품 국산화, 자체 기술 내재화 등이 결합된 성과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내가 전자의수를 만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3D 프린팅이 취미였던 이 대표는 2015년 1월 네이버의 3D 프린팅 커뮤니티에 동갑내기 양손 절단 장애인이 올린 ‘가격 때문에 의수를 맞출 수 없다’는 내용의 사연을 보곤 의수 제작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의수의 ‘의’자도 몰랐지만 재능기부차 제작을 시도했고, 이후 상지 절단 장애인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두 달가량 지나 ‘돈이 없어서 전자의수를 쓰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를 미션으로 창업에 나섰다.

로봇 손 전문기업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가 지난 1일 경기 부천춘의테크노파크에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 혁신상을 받은 손목형 전자 의수 ‘마크 7X’로 전자 모기채를 쥐어보이고 있다. 부천=이제원 선임기자

이 대표는 10년간 꾸준히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상지 절단 장애인들을 도왔다. 선천적으로 오른팔 윗부분이 없는 싱어송라이터 고우현씨도 이 대표와 만나며 뮤지션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고씨는 “학창시절 기타가 치고 싶어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간이 의수를 만들었는데 살에서 피가 났다”며 “아버지 소개로 2016년 만드로를 알게 됐고, 의수가 생겨 지금까지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의수로 CES 혁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ES 2024 때는 손목 기능이 없는 의수 ‘마크 7D’로 대상 격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만드로 전시 부스를 찾아 마크 7D 시연을 보며 ‘놀랍다’(Amazing)고 감탄사를 연발한 것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 대표의 전자의수 기술력은 휴머노이드 업계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 움직임을 모방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손인데, 만드로의 로봇 손은 사람과 같은 크기·무게에 내구성까지 갖춰 주요 빅테크(거대기술기업)와 연구기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 밀려드는 주문에 회사가 풀 로드(load) 상태”라며 “궁극적으론 ‘모두를 위한 손’을 만드는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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