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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00%라던데”…‘삼겹살’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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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8 05:00:00 수정 : 2025-12-08 05:42:26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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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30년만에 ASF…한국 돼지고기 수급도 비상”
세계 2위 수입국 韓…전문가 “가격·물가·유통망 영향권”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돼지고기를 들여오는 스페인에서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30년 만에 재발했다.

 

치사율 100%에 달하는 고위험 전염병이 다시 유럽 중심국에서 확인되자 축산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ASF 재발은 식량·축산 공급망이 국가 간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보여주는 사례다. 게티이미지

한국의 돼지고기 수급과 가격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8일 축산·유통업계에 따르면 ASF는 사람에게는 무해하지만 돼지에게는 사실상 치명적인 질병이다.

 

한 번 발생하면 주변 농가까지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져 피해가 크게 확산된다.

 

국내에서도 2019년 첫 발병 후 30만 마리가 넘게 살처분되며 업계가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스페인산 차질, 국내 수급망에 어떤 영향?

 

스페인 보건당국의 확진 발표 직후 세계 주요 수입국들은 즉각 수입 제한 조치에 돌입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달부터 스페인 내 발병 지역의 돼지고기·가공육 수입을 제한한다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가격 급등을 단정하긴 이르지만,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한국은 연간 돼지고기 수입량의 큰 비중을 스페인에 의존해 왔다. 특히 냉장·냉동 삼겹살은 스페인산 비중이 높아 도매 시세와 프로모션 가격에 영향을 주는 핵심 품목이다.

 

축산업계 한 전문가는 “스페인은 한국의 2~3위권 공급국으로, 일부 품목에선 사실상 ‘주력’ 수입선”이라며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도매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내에는 일정 재고가 있어 단기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대응도 상대적으로 빠르다.

 

대형마트, 외식 프랜차이즈는 이미 다변화된 공급망을 확보해 스페인 리스크를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스페인산 의존도가 높은 상품을 제외하면 소비자가 당장 가격 상승을 체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농가·방역당국 ‘고강도’ 긴장 상태

 

ASF 발생국에서의 확산은 국내 농가에도 극도의 경각심을 불러오는 신호다.

 

한 농가 관계자는 “2019년 ASF로 지역 축산업이 거의 붕괴될 뻔했다”며 “해외에서라도 확산 조짐이 보이면 농장 전체가 비상 체제로 전환된다. 정부의 조기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는 “ASF는 치사율이 100%에 달해 초기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 제한은 일각에서 과도하다고 보더라도 국내 농가 피해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제 조치”라고 평가했다.

 

기술적 방역의 한계도 지적된다. 그는 “백신·치료제가 없어 살처분 외 대응책이 거의 없다”며 “백신 개발은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며 장기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대체 수입국 경쟁 본격화 전망”

 

스페인은 유럽 내 돼지고기 생산의 중심 국가다. 이번 ASF 사태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돼지고기 시장 전체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무역 전문가는 “스페인은 아시아·유럽 주요국의 핵심 공급국이기 때문에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다”라며 “각국이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려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산 물량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리서치 애널리스트 역시 “스페인산 감소분은 단기적으로 북미·남미산이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며 “시장 재편이 이뤄진 뒤에는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다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지난 5년간의 ASF 경험을 바탕으로 수입 정책, 방역 정책, 식품 산업 전반의 대응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게티이미지

정책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특정 지역에서만 ASF가 발생했을 경우 ‘지리적 구역화’ 협상을 통해 발병 지역 외 정상 지역의 수입을 허용하는 국제 기준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전문가는 “무조건적 국가 단위 수입 금지는 국제 가이드라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리도 구역별 통제 체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물가 영향은?…“단정은 이르지만 주의 깊게 지켜봐야”

 

소비자물가에는 수입량 외에도 계절 수요, 사료비, 국내 생산량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스페인산 수입 제한만으로 즉각적인 돼지고기 가격 급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국제 가격 변동과 대체 수입국 확보 상황에 따라 추세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공업체들은 스페인산 원료육 의존도가 높아 제한 조치가 장기화되면 햄·소시지 등 가공식품 가격도 점진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단기적 충격은 크지 않지만,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한국의 돼지고기 수입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스페인 ASF 재발은 글로벌 식량·축산 공급망이 국가 간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지난 5년간의 ASF 경험을 바탕으로 △수입 정책 △방역 정책 △식품 산업 전반의 대응체계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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