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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지적장애 자매 가족 "야학교장 믿었는데 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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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7 14:48:49 수정 : 2025-12-17 14: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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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부모도 지적장애인이라 만만했나…죄책감에 잠 못 이뤄"
장애인단체 "범행 계획적이고 치밀"…오늘 야학교장 구속 심사

"보호시설에 있는 피해자는 잠을 자다가도 깜짝 놀라 울부짖으며 깨곤 합니다. 지원사 선생님들이 안아주고 달래도 밤새 무섭다며 웁니다"

홍현진 충북장애인부모연대 옥천지회장은 17일 이 지역의 한 장애인야학 교장 최모(50대)씨가 20대 지적장애인 자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 옥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매 중 여동생 A씨의 상태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자회견 하는 피해 자매 할머니. 왼쪽은 홍 지회장. 연합뉴스

홍 지회장은 "교장은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 문을 살그머니 열어 A씨에게 조용히 손짓해 불러낸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한다"며 "당시 수업을 맡았던 강사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교장에게서 돌아올 때마다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울음을 참는 모습이었다고 한다"며 "한번은 강사가 이유를 묻자, 교장이 살짝 열린 교실 문 뒤에서 입가에 손가락을 대며 A씨에게 '쉿'이라고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고 했다.

홍 지회장은 "강사는 사건이 수면 위로 불거진 뒤 혹시 그때 성폭행을 당했던 것이냐고 A씨에게 물었고, A씨는 최소 다섯 차례 이상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답했다"며 "강사는 교실에서 A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자세히 묻지 않았던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리에 함께한 신봉기 옥천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은 "강사는 A씨를 불러내는 교장에게 수업 중이니 나중에 만나면 안 되겠느냐고 몇 번 만류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교장은 '잠깐이면 된다'며 A씨를 불러내 끝내 범행을 저질렀다"고 분개했다.

홍 지회장은 또 "야학에 다니는 한 장애인은 최근 교장과 A씨가 껴안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며 "이 장애인은 당시 교장과 눈을 마주쳤는데, 교장이 이후 '아무 데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장은 야학 화장실과 교장실 등에서 A씨를 성폭행했고, 범행 후에는 먼저 나가라고 지시하는 등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자매의 할머니는 "가해자는 부모가 모두 지적장애인인 자매를 만만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할머니는 "가해자는 아이들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거나 저항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교장이 일요일마다 아이들을 불러낼 때 '뭘 더 가르쳐주려나 보다' 하고 믿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목소리를 떨었다.

이어 "우리 가족의 삶은 이 사건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나뉘었다"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겪고 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교장의 아내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여러 차례 A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며 윽박질렀다"면서 "경찰은 센터장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홍 지회장은 "센터장은 자신이 책임지는 기관에서도 성범죄가 발생하고 자신이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성폭행 방조나 직무 유기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옥천의 한 장애인야학 교장이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부였던 최씨는 지적장애인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그의 언니마저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법원은 앞서 최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한차례 구속영장을 기각했으나, 경찰은 언니에 대한 범행을 추가해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최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청주지법 영동지원에서 열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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