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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믿을곳 없는 사회, 끊임없이 의심하며 산다

입력 : 2015-12-04 05:00:00 수정 : 2015-12-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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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없는 사회, 결국 그 근간 흔들릴 수밖에 없어
윤활유가 없는 기계가 삐걱대다가 망가져버리듯, 신뢰 없는 사회는 결국 그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사회는 ‘저신뢰 사회’의 징후들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보인다. 또한 주요 언론과 유통채널 등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 여름 ‘메르스 파동’이 이런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바가 있다. 그나마 유일하게 가족에 대한 신뢰만이 굳건해 보인다. 사회적 신뢰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살펴본다.

믿을 구석을 찾아보기 힘든 저신뢰 사회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정부·미디어·전문가·유통채널·직장동료 등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모두 쉽게 믿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신뢰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타인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부터?”

먼저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자녀들에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거나, 그렇게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타인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시선도 고울 리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한다는데 동의하는 응답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지역 사람(16.8%) ▲이웃집 사람(19.5%) ▲고향 사람(23.6%) 동문(24.9%)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히 낮았다.

상대적으로 친척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높은 편이었지만, 이 역시도 절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가족을 향한 믿음만큼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 역시 저조한 수준이었다. 전체 4명 중 1명만이 우리사회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 대부분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판사와 검사·변호사 등 법률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단 17.5%에 불과했다. 의사를 신뢰한다는 응답(32.2%)은 법률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작년 조사(39.8%)와 비교하면 의사에 대한 신뢰수준 역시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신뢰도 낮은 집단은 공무원…스승에 대한 믿음도 낮아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집단은 공무원으로, 10명 중 1명만이 공무원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사회의 스승이 되어야 할 선생님들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10명 중 3명만이 학교 선생님들을 신뢰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작년 같은 조사(36.4%)보다도 낮아진 결과다. 또한 대학 교수님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9.6%에 불과했으며, 사설 학원 선생님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단 12.7%뿐이었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머물러 있는 직장생활도 불신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현재 재직중인 회사의 동료를 신뢰한다는 의견은 37.1%였다. 상대적으로 동료들에 대한 신뢰도는 비교적 높은 편으로, 선배/상사를 믿는다거나 회사 대표/사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각각 29.9%, 27.4%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믿을 수 없는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여부였다. 우선 어떤 사람이 신뢰할만한 사람인지를 평가할 때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70.1%, 중복응답)를 가장 많이 살펴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은 약속이라도 잘 지키는지(59%)와 입이 무거운지(53.1%)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으며 ▲사소한 것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50.3%) ▲언제나 일관성이 있는지(49.6%) ▲스스로 법과 규칙을 잘 지키는지(49.3%) ▲일 처리가 꼼꼼한지(48.5%) ▲타인의 단점을 이용하지 않는지(46.1%) 등을 통해서 사람을 평가한다는 응답도 그 뒤를 이었다.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 잣대, 언행일치 여부

어떤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기준도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69.8%, 중복응답)였다. 또한 ▲입이 가볍거나(64.5%)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고(61.8%) ▲일 처리에 일관성이 없으며(60.7%) ▲상대방의 단점을 이용하는(60.6%)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매우 많았다. 그밖에 작은 약속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거나(58.3%) 법과 규칙을 잘 지키지 않으면서 남에게 강요하거나(55.1%) 계산적인 면이 강한(52.6%)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부에 대한 믿음 역시 빈약했다. 정부를 신뢰한다는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8%에 불과했는데, 상대적으로 50대와 보수성향 응답자의 정부에 대한 신뢰수준이 평균에 비해서 높을 뿐이었다. 심지어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에 가까웠다. 단, 2.8%만이 정치인들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공공기관을 신뢰한다는 의견 역시 전체 14%에 그쳐, 전반적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시민단체에 대한 믿음이 큰 것도 아니었다. 10명 중 1명 정도만이 시민단체를 신뢰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세대간 결속력이 약한 모습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나보다 선배세대를 신뢰한다거나 후배세대를 신뢰한다는 의견이 각각 16.2%, 10.9%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50대가 선배세대와 후배세대에게 좀 더 신뢰를 보내는 모습이 있을 뿐 다른 세대에 대한 믿음은 대부분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일상적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장소인 각 유통채널에 대한 신뢰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먼저 전체 10명 중 4명 정도만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물건(42.9%)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물건(37.5%)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유통채널은 더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믿을 수 있다는 응답자는 24.9%뿐이었으며, 인터넷쇼핑몰과 소셜커머스 상품에 대해서는 각각 15.7%, 12.7%만이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인터넷쇼핑몰·소셜커머스 신뢰도 10% 수준

중소기업과 대기업 중 어디에서 판매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신뢰도는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믿을 수 있다는 의견이 중소기업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믿을 수 있다는 의견보다 우세한 것이다. 물론 대기업이라고 소비자에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결과였으며, 작년 같은 조사에 비해서는 대기업 판매상품에 대한 신뢰수준(14년 48.3%→15년 38.9%)도 크게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 유통채널에서 진행하는 홍보 및 마케팅 활동에 대한 불신도 매우 강했다. 대형마트에서 시행하는 추첨행사나 마케팅·홍보활동을 믿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소비자는 단 12.5%였다. 마찬가지로 ▲백화점(14.7%) ▲재래시장(13.6%) ▲인터넷 쇼핑몰(8.7%)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정말로 신뢰하는 소비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사회의 나침반으로서 세상의 소식을 올바르고 공정하게 전달해야 할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TV에서 나오는 뉴스와 종이신문에 나오는 기사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각각 29.7%, 25.2%로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포탈사이트에서 소개하는 뉴스와 팟캐스트 방송에서 나오는 뉴스에 대한 신뢰수준은 TV와 신문보다도 낮았다.

한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의심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도 엿볼 수 있었다. 전체 절반 정도가 정부에서 발표하는 소식이 사실인지 의심한다고 밝혔으며,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가 사실인지를 의심한다는 의견도 10명 중 4명에 달했다. 또한 2명 중 1명은 상품 구매시 해당가격이 믿을만한 것인지 의심하고 있었으며, 4명 중 1명은 평소 대화하는 도중 상대방의 말이 사실인지를 의심한다고 밝혔다.

◆4명 중 1명, 대화 도중 상대방 말이 사실인지 의심

최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듯,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감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가 안전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1.3%에 불과했으며,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에 대한 처벌이 잘 이뤄진다고 보는 시각은 단 6.4%뿐이었다. 10명 중 7명 이상은 안전문제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라고 바라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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