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지중해를 한껏 품은 포도 베르멘티노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7-06 06:00:00 수정 : 2017-07-06 09:31: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투스카나의 보석 몬테꾸꼬를 일군 꼴레마사리
아름다운 사이프러스 나무와 언덕의 풍광이 펼쳐진 이탈리아 투스카나.
이탈리아 와인하면 대개 레드 와인을 떠올리게 되죠. 유명 산지 투스카나 끼안띠(Chianti), 끼안띠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와인은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피에몬테(Piemonte),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는 네이올로 품종으로 빚는데 모두 레드 와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레드 못지 않게 화이트 와인도 인기가 많답니다. 과거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은 생산자들이 전통적으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그저 그런 저가 와인으로 여겨졌죠. 하지만 지금은 생산자들이 다양한 이탈리아 토착 품종의 잠재력에 눈을 뜨면서 좋은 품질의 와인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어요.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의 특징은 마시시 편하고 음식친화적이며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풍부한 미네랄과 흰꽃향, 입에 침을 살짝 고이게 만드는 적절한 산도로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에 차갑게 칠링해서 마시면 스트레스는 단 번에 날아가 버립니다. 특히 포도 자체의 과일향을 살리기 위해 오크숙성을 거의 하지 않고 신선함을 강조한 와인들이 많아 생선회 등 해산물과 잘 어울리죠. 특히 산도 밸런스가 뛰어나식사때 곁들이기 아주 좋은데 우리나라의 매콤한 음식들과도 매칭이 잘 돼 적극 추천합니다.

피에몬테에서 코르테제 품종으로 만드는 가비(Gavi)가 유명한데 배의 아로마가 느껴지며 해산물과 아주 잘 어울린답니다. 또 산도가 높고 상큼하면서 신선한 야채와 감귤향이 느껴지는 프리울리와 알토아디지 지방의 피노 그리지오(Pino Grigio)도 유명하죠. 관광명소 베네치아와 베로나가 있는 베네토에서 가르가네가(Grganega)와 샤르도네를 섞어서 만드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과일향이 은은한 소아베(Soave), 감귤향과 견과류향이 매력적인 마르케 지방의 베르디끼오(Verdicchio) 등도 인기가 높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트레비아노(Trebbiano)는 과거 끼안띠 와인을 만들때 블렌딩으로 많이 사용했고 프랑스에서는 위니 블랑(Ugni Blanc)으로 부르는데 꼬냑을 만드는데 주로 쓰이는 중요한 품종이죠.

또 하나 최근 주목받는 화이트 품종이 베르멘티노(Vermentino)랍니다. 미네랄이 풍부하며 바닷바람의 영향을 받아 짭쪼름한 느낌이 나지요. 베르멘티노가 ‘바다의 와인’으로 불리는 이유랍니다. 베르멘티노는 구조감도 뛰어나서 약 2∼3년간 숙성해도 산도가 유지돼 풍성한 느낌을 잘 전달하지요. 때문에 슈퍼 투스칸 생산자들이 투스카나 북서 해안을 중심으로 베르멘티노의 재배면적을 계속 늘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북쪽 리구리아(Liguria)에서는 흰꽃향이 지배적이고 남쪽 사르데냐섬(Sardinia)에서는 꿀향이 나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베르멘티노가 빚어집니다.
언덕으로 이뤄진 몬테꾸꼬 포도밭 풍경.

이탈리아 투스카나에서 뛰어난 베르멘티노를 빚는 숨겨진 보석같은 지역이 몬테꾸꼬(Montecucco) DOCG랍니다. 투스카나 최고급 와인 생산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DM) 근처에 있는데 이 곳의 와인은 가격은 훨씬 저렴하지만 몬테꾸꼬가 몬탈치노와 굉장히 비슷한 환경을 지녔을 정도로 잠재력이 있어 생산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투스카나에서 '마지막으로 탐험해야 할 와인산지(Tuscany’s last unexplored wine region)'로 불릴정도죠.

몬테꾸꼬의 토양은 끼안티 지역과 유사한 모래 자갈이며 65%는 산지오베제로 빚는 레드 와인이 생산되고 나머지는 베르멘티노와 트레비아노로 화이트 와인을 만듭니다. 몬테꾸코는 1960년대 DOC 등급으로, 1980년대 DOCG 등급으로 승격됐고 재배면적도 100ha에서 800ha에 확대됐습니다. 와이너리는 70곳 정도입니다.
꼴레 마사리 와이너리 전경. 출처=홈페이지
몬테꾸꼬에서 뛰어난 품질의 베르멘티노를 만드는 와이너리가 신흥 와인명가로 떠오른 꼴레마사리(Collemassari)랍니다. 역사는 20년도 안되지만 2014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평가매체 감베로 로쏘(Gambero Rossso)가 선정한 ‘올해의 와이너리’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양조 실력을 인정받고 있죠.

꼴레마사리 멜라체 베르멘티노(Melacce Vermentino)는 소비뇽 블랑의 신선한 산도와 피노 그리지오의 향긋한 아로마를 섞은듯한 풍미가 매력적입니다.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뒤 효모 앙금과 함께 3개월동안 두는 쉬르리(Surlee) 숙성을 하기때문에 효모의 풍미가 잘 녹아있습니다. 자몽같은 침이 고이는 시트러스 계열의 과실미와 미네랄이 잘 어우러져 지중해를 한껏 품은 느낌이네요. 매우 부드러운 화이트 와인으로 음식과도 잘 어울리만 식전주로 와인만 즐기기도 충분합니다.
꼴레마사리 멜라체 베르멘티노.

베르멘티노는 굉장히 신선한 기후를 좋아해요. 몬테꾸꼬는 해발 300∼380m 높이로 고도가 높은 편이고 밤낮의 일교차가 큽니다. 또 한여름 밤 온도가 섭씨 20도일 정도로 서늘해 포도가 과숙하지 않고 적당히 산도를 가지면서 익어가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 베르멘티노를 많이 재배하는 리구리아, 사르데나, 몬테꾸꼬중 바닷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몬테꾸꼬인데 여기서도 바닷바람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언덕이 꼴레마사리의 포도밭입니다. 꼴레마사리는 ‘마사리 언덕’이란 뜻이에요.

이처럼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영향을 잘 받아서 꼴레마사리의 베르멘티노는 짭조름한 미네랄 등이 담긴 떼루아를 온전히 보여줍니다. 더구나 토스카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라 건조해서 병충해에 잘 걸리지 않는 좋은 재배 환경도 갖췄다고 하네요. 꼴레마사리는 특히 포도껍질과 포도즙을 함께 담가 맛, 향기, 색을 뽑아내는 침용과정에서 저온침용(콜드 마세라시옹·Cold Macération) 방식을 사용합니다. 베르멘티노는 차가운 온도에서 침용할때 신선함과 아로마를 더 잘 뽑아낼수 있는 품종이기 때문입니다. 꼴레마사리는 또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꼴레마사리 와이너리 지하 와인 저장고. 출처=홈페이지

이탈리아인으로 스위스로 이주해 은행업 등으로 부를 축적한 티파(Tipa) 가문의 클라우디오 티파와 여동생 마리아 티파는 1998년 13세기에 세워진 건축물과 포도밭 125ha를 사들여 꼴레 마사리를 세웁니다. 꼴레 마사리 캐슬을 사들여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기원전 1200년 것으로 추정되는 돌이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태양과 포도가 돌에 그려져 있었다는군요. 로마인들이 살기 이전에 살던 에트루리안과 에트러스칸인들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몬테꾸꼬는 그만큼 와인 양조의 역사가 깊은 곳입니다.

꼴레 마사리는 2001년 슈퍼투스칸의 고향 볼게리 지역의 그라타마코 (Grattamacco), 2011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지역 포지오 디 소토 (Poggio di Sotto)를 인수해 이탈리아의 신흥 와인명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꼴레마사리 커머셜 디렉터 마틴 리레벨드.

최근 한국을 찾은 꼴레마사리의 커머셜 디렉터 마틴 리레벨드(Maarten Leereveld)와 함께 베르멘티노 등 꼴레마사리가 소유한 와이너리 3곳의 대표 와인들을 테이스팅 했습니다. 현재 꼴레 마사리 와인은 금양인터내셔날에서 단독 수입하고 있습니다.
꼴레마사리 로쏘 리제르바.

꼴레마사리 로쏘 리제르바 2013는 산지오베제 80%, 칠리에졸로(Ciliegiolo) 10%, 카베르네 소비뇽을 10% 블렌딩했습니다. 몬테꾸꼬의 산지오베제는 투스카나 최고급 생산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산지오베제보다 과일맛이 좀 더 강렬하고 탄닌은 부드러운 편입니다. 10∼53년 수령의 포도나무로 이뤄졌는데 올드바인과 영바인을 적절하게 섞어서 와인을 빚어요. 칠리에졸로는 토착품종인데 이탈리아어로 체리라는 뜻이며 메를로와 비슷한 품종으로 꽃향기가 풍부하답니다. 강건한 카베르네 소비뇽과 조화를 잘 이룹니다.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담배, 가죽향과 스파시한 향신료를 잘보여주네요.

2013년 빈티지가 감베로로쏘가 선정하는 와인등급중 최고 등급인 트리비끼에리(와인잔 3개)를 받았습니다. 꼴레마사리 오너 클라우디오 티파는 현재 몬테꾸꼬 DOCG 협회장을 맡고 있는데 퀄러티 와인에만 협회에서 번호를 부여해 와인 보틀 상단에 넘버링하고 있답니다.
꼴레마사리 그라타마코.

그라타마코는 1977년에 슈퍼투스칸의 고향 볼게리(Bolgheri) 지역에서 사시까이아 다음으로 설립된 2번째 슈퍼 투스칸 생산자랍니다. 해발고도 100m에 35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데 까베르네 소비뇽, 산지오베제,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를 재배하며 화이트 품종은 베르멘티노만 재배합니다. 수령은 25년으로 오가닉 농법을 인증받았답니다. 그라타마코 볼게리 수페리오레(Grattamacco Bolgheri Superiore) 2013은 까베르네 소비뇽 60%, 메를로 20%, 산지오베제 15%가 블렌딩됐습니다. 볼게리 와인들은 산지오베제를 안쓰는 경우도 있는데 그라타마코는 볼게리 와인에 산지오베제의 우아함을 불어 넣기 위해 산지오베제를 꼭 쓴다고 하네요. 모든 와인에 천연효모만 사용합니다.

산지오베제는 피노누아처럼 수줍고 섬세하며 엘레강스한 품종으로 예를들면 너무 예뻐서 화장을 안해도 되는 품종이에요. 오크 숙성은 일종의 화장같은 작업인데 오크의 영향을 너무 받으면 산지오베제의 특성이 없어지기에 큰 오크통을 주로 사용해 오크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한다고 하네요.

2013 빈티지는 아직 시음적기가 안돼 어린 와인에 속해요. 2020년은 돼야 시음적기 들어설 것으로 보이네요. 2013 빈티지는 온화한 기후 덕분에 볼게리 특유의 프루티함과 발사믹 노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오랜 생장기를 통해 포도 씨앗까지 잘 익어 훌륭한 산도와 당도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포지오 디 소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포지오 디 소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DM)는 신의 물방울 만화에서 제 9사도로 나와 유명해진 와인이죠. 브루넬로(산지오베제 그로쏘)는 산지오베제의 클론중 하나인데 클론 중 가장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답니다. 쵸콜릿과 모카향이 매우 두드러지네요. 2011과 2012를 비교 테이스팅했는데 2012가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2012는 탄닌와 산미가 탄탄하게 버티고 있어 장기 숙성의 잠재력으로 보여주네요. 2011는 모범생의 이미지라면 2012는 괴짜의 모습니다. BDM의 전형을 보여주는 와인으로 신선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지배적이며 복합적인 아로마와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꼴레마사리 포지오 디 소토 로쏘 디 몬탈치노.

포지오 디 소토는 200m, 300m, 400m 해발고도 3곳에 포도밭이 있는데 더운해에는 높은 고도 서늘한 곳에 자란 산지오베제를 많이 사용하고 추울때는 낮은 고도의 따뜻한 기후에서 자란 산지오베제를 많이 사용해 완벽한 품질의 BDM을 만들어낸 답니다. 보통 BDM 생산자들은 로쏘 디 몬탈치노와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를 처음부터 구분해서 생산하는데 포지오 디 소토는 2년 정도 숙성한 뒤에 로쏘가 될지 브루넬로가 될지 결정한다네요. 특히 보통 BDM 생산자들이 1ha당 6t을 생산하지만 포지오 디 소토는 3.5t으로 생산량을 엄격하게 제한해 포도의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립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