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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도 끝내 ‘동결’…매년 반복되는 등록금 갈등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1-01-12 16:53:35 수정 : 2021-01-12 16: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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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등록금 인상을 시도했던 서울대가 결국 올해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009년부터 이어져 온 대학가의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현행 대학등록금 규제 수준을 유지하기보단 ‘대학의 자율적 등록금 책정’·‘등록금 인상 허용 폭 완화’가 적절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학생들은 ‘불투명한 대학 재정’ 등을 바꿔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부터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2021학년도 학부 및 대학원 등록금을 동결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지난 7일 제3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왔다. 

 

◆학교 측 ‘1.2%’ 인상안에 서울대 학생들 반발…끝내 ‘동결’

 

서울대의 등록금 동결 결정에는 코로나19 상황과 함께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열린 1∼2차 등심위에서 학교 측은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에 따르면 학교 측은 연석회의에 ‘학부·대학원의 등록금 1.2%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등심위는 1년간의 등록금을 산정하는 심의기구로, 서울대는 총 9명의 위원 중 3명이 학생위원(학부학생위원 2명, 대학원학생위원 1명)으로 참여한다.

 

‘1.2%’는 현행법상 올해 대학에 허용된 최고 수준의 등록금 인상률이다. 고등교육법은 각 학교의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8%로, 이에 따라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은 1.2%다.

 

학교 측은 대학운영비 재정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인 반면, 등록금은 2009년부터 동결·인하됨에 따라 재정 운영이 어렵다는 점과 공정한 소득의 재분배를 위해서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등록금 인상이 필요한 이유로 연석회의에 제시했다.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를 비롯한 대다수 대학은 정부가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왔다.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하는 사립대 등록금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과도한 부담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을 지원받지 못하게 제한하는 등 정부의 재정 지원을 줄이는 방식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인상안에 즉각 반발했다. 연석회의는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장학금 규모가 18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학교 측이 제시한 등록금 인상에 따른 장학금 확충 금액은 약 10억5000만원에 불과해 오히려 전체 장학금 혜택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석회의는 학교 측이 제시한 ‘재정 운영의 어려움’에 대한 근거가 학생위원이 확인하지 못하는 자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결과적으로 학교 측과 연석회의는 코로나19 위기 상황 등이라는 점 등에 공감해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등록금 규제 방식’ 한국경제학회 설문에…67% “등록금 책정 대학 자율에 맡겨야”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현행 대학등록금 규제 수준을 유지하기보단,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하도록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경제학회가 최근 ‘교육’과 관련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학등록금 규제 방식’을 묻는 말에 경제학자 36명 중 67%는 ‘대학등록금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대학등록금 인상 허용 폭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25%)는 답변이 뒤를 이었고, ‘대학등록금 규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3%에 그쳤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4일까지 진행됐다.

 

대학등록금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한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한편으로 과잉 대학교육을 걱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등록금을 억제해 대학교육을 쉽게 받도록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교육 수요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게 하려면 등록금 수준의 시장 조정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등록금 인상 허용 폭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답한 강창희 중앙대 교수는 “현재와 같은 등록금 규제는 많은 대학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과도한 수준의 규제라고 생각된다”면서 “대학등록금의 인상 허용 폭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했다. ‘등록금 인상보다는 평가를 통한 공공재정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방안’을 제시한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사립대학 의존도를 낮추고, 공립대학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규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올해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동결 가능성 높아…학생들 “2020년 하반기 등록금도 재논의해야”

 

서울대의 등록금 인상 계획이 결국 동결로 마무리되면서, 타 대학들 역시 등록금을 인상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최근 전북대와 경북대 등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등을 이유로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 측 의견이 거센 만큼, 등록금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31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대학에서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이루어졌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제시한 등록금 반환 금액은 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2020년) 상반기에 나타난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하반기가 시작됐고, 학생들은 또다시 학교 시설조차 이용하지 못하고 등록금에 비해 질 낮은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등심위에서 2020년 하반기 등록금과 2021년 등록금에 대한 전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대넷은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이유로 ‘불투명한 대학 재정’, ‘근거 없는 계열별 차등 등록금 정책’, ‘반복되는 교비 회계 부정 사건’ 등을 꼽는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 확대 및 재정 투명성 확보, 근거 없는 계열별 차등 등록금 정책 폐기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대학 당국에는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과 재정 운용의 투명성·공정성 제고 등을 촉구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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