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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펫공약보다도 와닿지 않는 교육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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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22 23:20:56 수정 : 2022-02-22 23: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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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황폐화 사교육에 매몰
대입은 이미 불공정 게임 전락
단순히 정시 확대로 해결 안 돼
교육개혁의 방향 다시 세워야

지난해 가족이 불어났다. 난 지 갓 석 달 된 강아지(푸들 암컷) 한 마리를 분양받으면서다. 그전까지 아이들이 졸라도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기르는 게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주저했었는데 먼저 반려견을 들인 지인이 ‘사춘기 자녀의 정서에도 좋다’며 강아지 양육을 적극 권유해 마음을 열었다. 초3 딸과 중3 아들도 “귀여운 동생이 생겼다”며 매우 반겼다.

 

이후 배변 훈련과 청소, 목욕·위생 관리, 산책, 예방접종 등을 도맡다시피 하면서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게 간단치 않은 일이란 걸 깨달았다. 여기저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중에서도 의료비 부담이 컸다. 중성화 수술비만 해도 동물병원에 따라 수십만원의 차이가 났다.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로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을 경우 동물이 아프기라도 하면 덜컥 겁부터 날 듯하다. 반려동물 유기가 많은 데는 양육비 부담도 한 요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이 약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이 반려동물 의료보험 도입과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 의료비 소득공제 등을 공약한 건 반길 만하다.

이강은 사회부장

그런데 정작 동물보다 더 귀한 우리 자녀들을 위한 교육공약은 눈에 확 띄거나 귀에 쏙 박히는 게 없으니 답답하고 화가 난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키우고 가르치는 일은 동물 양육과 차원이 다르지 않나. 내세울 자원이라곤 ‘인적자원’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렇다. 아이들 누구나 행복하고 유익한 학창시절을 보내며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살려 국내외 원하는 분야에서 꿈을 이뤄나가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학교는, 사회는 과연 그런가. 많은 국민이 오히려 그 반대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여야 대선 후보들이 기대감을 주는 교육공약을 제시하고 적극 홍보하기보다 네거티브 공방에 열중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아동과 청소년은 유권자가 아니니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비친다.

 

학부모 입장에서 봐도 그렇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다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공약 소개 사이트에 올려진 교육공약을 찾아 보니 피부에 와닿는 건 별로 없었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를 진 빠지게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교육 현실과 관련해 제대로 된 원인 진단과 처방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하고 자녀 사교육비 부담에 짓눌리는 수많은 가정의 신음을 듣지 못했는지 박수쳐줄 만한 사교육비 대책이 안 보였다. 부모들은 자녀가 소위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대접도 못 받고 안정적인 미래도 보장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자식을 취학 전부터 사교육 시장에 내몰아 ‘입시 전사’로 키우려 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과 자녀와의 갈등 등 고통이 상당하다. 꿈과 재능, 개성이 모두 다른데 너 나 할 것 없이 입시 경쟁에 매몰돼야 하는 아이들도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이유다. 게다가 각 가정 형편은 천차만별이고 공교육 현장이 황폐화한 지 오래된 점을 감안하면 ‘대입 레이스’는 이미 불공정한 게임이 돼버렸다.

 

그렇게 기를 쓰고 대학을 가더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입학하자마자 취업용 스펙을 쌓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고, 상당수가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게 현실이다. 당사자도 불행하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굳이 대학을 안 가거나 좋은 대학을 안 나와도 능력과 노력에 따라 합당한 대우를 받는 일자리를 구하고, 실패해도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으며 재기할 환경이 조성되기 전엔 치유되지 않을 사회적 병폐다. 두 후보가 공언한 ‘정시모집 확대’ 등 대입제도 좀 손질한다고 될 성질이 아니다. 교육개혁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초석을 다져나갈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아울러 ‘글로벌 언어인 영어의 경우 누구든 초·중·고 교육과정을 마치면 사교육 없이도 편하게 외국인과 의사소통하고 읽고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공약을 내달라.


이강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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