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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시위서 무릎 꿇은 김예지 “정치권 대신 사과” [르포]

입력 : 2022-03-29 05:00:00 수정 : 2022-03-29 07: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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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시위 현장 가보니

이준석 ‘시민 볼모’ 비난 발언 관련
김 의원 “적절한 단어·소통 등 못해”
박경석 대표 “이동 권리 보장해야”
일부 시민 “출근길에 이래도 되나”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앞줄 왼쪽)이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은 채 같은 당 이준석 대표의 시위 비판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아, 이거 시민들을 볼모로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아저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당신은 30분 늦을 뿐이잖아. 평생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28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 1990년대 인기 댄스 듀오 클론의 노래 ‘소외된 외침’이 흘러나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앞서 재생한 이 노래는 17년 전 클론이 장애인 이동권을 주제로 만든 곡이다.

노래가 끝난 뒤 박 대표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가 왜 특별한 언어가 돼야 하는가. 많은 시민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는데, 너무 당연한 권리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저희는 장애인들의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오늘 25번째 시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위에는 휠체어를 탄 6명의 장애인뿐 아니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연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한 김 의원은 “저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여러분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시각장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서울 시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 등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적절한 소통을 통해 여러분과 마음 나누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정치권을 대신해서 대표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연거푸 “죄송하다”고 한 김 의원이 무릎을 꿇자, 박 대표는 양손으로 붙들고 있던 팻말에 한동안 고개를 파묻기도 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시위대는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위치한 경복궁역에서 출발, 1999년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대표의 휠체어 추락사고로 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혜화역으로 향했다.

비장애인이라면 경복궁역에서 3호선을 타고 4개 역을 지나, 충무로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해 3개 역을 가면 된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의 경로는 달랐다. 충무로역에서 하차한 시위대는 혜화역 반대 방향인 명동역으로 향했다. 명동역에서 다시 혜화역 방향 열차에 탑승해 혜화역을 지나 한성대입구역에서 하차했고, 혜화역으로 되돌아왔다. 비장애인보다 2번 더 환승하고 4개 역을 더 거쳤다. 충무로역은 엘리베이터가 승강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환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이용이 편리한 명동역과 한성대입구역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도 이들의 시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4호선 열차의 한 시민은 “인수위랑 여기 충무로는 아무 관계가 없다. 거기 가서 얘기하라”며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그래도 출근길에 이건 아니지”라고 고함치는 시민도 있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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