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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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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01 22:35:34 수정 : 2022-04-01 22: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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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척박한 땅이었다. 조선 중기 문신 김정은 ‘충암록’에서 “평지는 밭을 갈 만한 땅이 반 이랑도 없어, 마치 물고기 배를 발라낸 것 같다”고 했다. 순조 때 우의정 심상규는 상소에서 “한겨울에 전복을 캐고 한추위에 미역을 채취하느라 남자와 부녀자가 발가벗고 바다 밑으로 들어가 떨면서 물결에 휩싸여 죽지 않은 것만도 참으로 요행이며 … 겨우 몇 개의 전복을 따고 어렵게 몇 줌의 미역을 따지만 그 값으로는 입에 풀칠을 하면서 살아갈 수가 없다”고 했다. 관의 수탈도 극심했다. 조선 후기에는 폭정과 민란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1948년 이른바 4·3항쟁이 발생했다. 수백 명의 무장대가 경찰지서 등을 습격하자 군을 중심으로 한 토벌대는 해안선으로부터 5㎞ 이외 지역 통행을 금지하고 중산간마을을 초토화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깊은 산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강경진압 과정에서 토벌대와 무장대에 의해 최대 3만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억하기조차 꺼려지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제주 주민에겐 지금도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74주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다. 대선 후보 시절 제주를 방문했을 때 당선인 신분이 되면 다시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4·3 추모에 동참하는 일이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평화와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이라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양민이 무고하게 희생된 데 대해 모든 국민이 넋을 기리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게 의무이자 도리”라고 했다. 제주지역 관련 단체들은 “후보 시절에 희생자 보상 등 4·3 관련해 여러 공약을 했는데 그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확인”이라며 반겼다.

대통령 당선인이 4·3 추념식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 정권 대통령도 참석한 적이 없다. 지난달 29일에는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직권재심과 특별재심이 가능해진 뒤 열린 첫 공판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리 사회의 화합과 국민통합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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