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백화점 진열 가전·가구 반값에 사볼까…리퍼브 제품을 아시나요? [르포]

입력 : 2022-04-07 15:40:29 수정 : 2022-04-07 16:51: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일 경기 파주 올랜드아울렛 가구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침대와 식탁을 둘러보고 있다. 올랜드아울렛은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 모델하우스나 백화점 전시상품 등을 최대 60% 할인 판매한다. 장혜진 기자 

주말인 지난 2일 찾은 경기 파주의 리퍼브 전문 매장인 올랜드아울렛. 이른 오전 시간대에도 삼삼오오 쇼핑을 나온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대형 가전제품부터 식탁, 침대 등의 가구와 식품,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품목이 골고루 전시돼 있다. 1층 매장을 둘러보자 국내 대기업이 만든 32평형 공기청정기가 92%가 할인된 13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용하지 않은 새 상품이지만 흰색인 제품 표면이 일부 ‘변색’됐다는 이유에서다. 유명 연예인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직접 사용해 화제가 됐던 냉장고는 48%가 할인된 99만원이 붙어있다.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동일 상품의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해봤다. 실제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평균 가격보다 절반가량이, 최저가보다는 50만원가량이 저렴하다. 같은 모델의 저용량 상품도 정상가에서 45%가 할인된 49만원이 책정됐다. 냉장고 문짝에 붙은 종이에는 1부터 10까지 숫자가 써있는데, 숫자 1을 제외한 나머지 숫자에는 모두 엑스자 표시가 그려져있다. 올랜드아울렛 관계자는 “전시 상품 10개가 들어와 9개가 이미 나가고 재고가 1개만 남아있다는 표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방문객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주말인 일요일에는 하루 방문객이 14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온라인 쇼핑에 커지는 리퍼브 시장 

 

코로나19의 장기화와 함께 반품이나 매장 전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리퍼브’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리퍼브는 새로 꾸미거나 재단장한 것을 뜻하는 리퍼비시(refurbish)를 줄인 말로, 리퍼라고도 부른다. 리퍼브 매장에서는 기능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흠집이 있어 정상가에 팔기 어려운 상품을 시중가보다 최대 6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 모델하우스나 백화점 전시상품으로 기능상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상품들이 이곳 리퍼브 매장에 모여있다. 대부분의 경우 정품과 동일하게 A/S도 받을 수 있다. 다만 리퍼브 상품은 한정수량이기 때문에 한번 품절되면 원하는 상품을 다시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올랜드아울렛& 올소는 전국 28개 점포에서 국내외 유명 가전과 가구, 생필품 등을 할인 판매한다. 업계에 따르면 올랜드아울렛 등 리퍼브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은 2017년 100여개에서 지난해 400여개까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기존의 오프라인 쇼핑보다 온라인 쇼핑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에 비례해 반품 역시 더 많아졌다. 리퍼브 시장에 나오는 상품군이 과거보다 더 다양해지고, 물량도 더 늘어난 것이다. 이른바 ‘역직구’ 리퍼브 제품도 있다. 올랜드아울렛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넘어 미국 가전 매장에서 반품된 한국 브랜드 TV 등의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향후 명품 면세품과 자동차까지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랜드아울렛이 운영하는 하이리퍼브숍 ‘올소’ 전경. ‘올소’는 생활·가전·식품·패션·스포츠 등의 상품을 ‘대한민국 최저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랜드아울렛 제공

◆가전 너머 ‘유통기간 임박’, ‘못난이 먹거리’까지 확대 

 

롯데쇼핑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이천점과 롯데아울렛 광교점, 롯데몰 광명점 등에서 올랜드아울렛을 비롯해 리퍼브 매장 프라이스홀릭, 리씽크, 롯데하이마트의 가전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리퍼브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온라인을 이용해 오프라인 매장 전시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매장 전시상품 판매’ 메뉴에서 전국 440여개 매장에서 직접 올린 전시 상품 사진을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구매 의사가 있으면 매장방문 예약을 하는 서비스다. 이후 현장 방문이나 유선 상담으로 가격을 협의한 뒤 구매를 결정하면 된다. 티몬은 2019년부터 상시로 리퍼브 제품을 판매하는 ‘리퍼창고’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쿠팡도 반품 제품을 다시 검수해 리퍼브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박스개봉·미개봉, 흠집 등으로 구분해 각기 가격을 다르게 책정된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오늘의 집’도 쇼파, 침대 등 A급 리퍼 제품 행사를 여는데, 인기 제품은 금세 매진이 될 정도로 호응이 좋다.

 

실제 리퍼브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한국소비자원이 리퍼브 가구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만족한다’는 응답이 77.6%를 차지했다. 69.6%는 지인 등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리퍼브 매장에서 다루는 제품도 자연스레 확대되고 있다. 예전에는 가전제품이 주력 상품이었지만 최근에는 음식과 생필품, 주방용품 등 자주 소비하는 저단가 상품을 다루는 리퍼브 매장도 늘어났다. 그간 대형 유통업체들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벤트성으로 판매하던 ‘못난이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도 생겼다. ‘어글리어스’는 지역 농가와 직접 연결을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못난이 농산물을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명 '완벽한 미모'
  • 이주명 '완벽한 미모'
  • 수지 '우아한 매력'
  • 송혜교 '반가운 손인사'
  • 김희애 '동안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