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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부 우지(宇治)시에 우토로 마을이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41년 군 비행장을 건설하던 일본국제항공공업이란 군수회사에 강제동원된 한국인 노동자 2000여명이 가건물 숙소를 만들어 생활하면서 생긴 마을이다. 역사학자 정재정은 저서 ‘교토에서 본 한일통사’에서 “노동자들은 ‘모집’이라는 형식을 빌려 일본에 건너갔다”며 “광복 직전 우토로의 ‘함바(飯場)’에는 1300여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살았다”고 했다. 주민들은 건설현장에서 날품을 팔거나 폐품·고철 등을 주워 파는 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1988년까지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아 우물물로 식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생활 환경도 열악했다.

우토로의 땅은 교토부의 것이었으나 1961년 토지 소유권이 일본국제항공공업의 후신인 일산차체주식회사로 넘어갔다가 다시 부동산회사 서일본식산에 전매됐다. 그후 주민들에게 퇴거를 요구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우토로 마을에 살게 된 역사적 배경 등을 들어 시효 취득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2000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해 거주권을 상실했다.

토지 소유주가 강제 철거를 추진하면서 우토로 마을이 세상에 알려졌다.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일본의 양심 세력을 중심으로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결성됐고, 한국에서도 ‘우토로국제대책회의’가 만들어졌다. 이후 한·일 양국의 성금과 한국 정부 지원금으로 토지를 매입한 데 이어 주민 재입주를 전제로 한 일본 정부의 재개발이 추진됐다. 2018년 1기 시영주택에 주민 일부가 입주했고 내년에는 남은 주민이 모두 보금자리에 들게 된다.

우토로 마을의 역사를 알리는 우토로 평화기념관이 오는 30일 문을 연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관련 기록, 우토로 주민 생활용품, 강제 퇴거에 맞선 주민 투쟁 자료와 소송 문건, 주민 구술 기록 등이 전시된다. 전시관 조성비를 마련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도 추진되고 있다. 이 기념관은 우토로 마을이 차별의 상징에서 한·일 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난 것을 널리 알리게 될 것이다. “기억하고 증언하는 것은 평화와 인간성을 위한 싸움”이라는 재일동포 작가 서경식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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