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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전 귀가 ‘新데렐라’ 늘어… 식당선 “손님이 없어요” [르포]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2-04-12 06:00:00 수정 : 2022-04-12 13: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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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까지 영업’ 효과 체감 못 하는 자영업자들

‘막차 전 들어가자’ 모임문화 변화
영업시간 안 늘린 식당들도 많아
일부 자영업자는 “매출 소폭 늘어”
완전 해제·손실보상에 기대 걸어
정부가 새 거리두기로 '사적모임 10인, 영업시시간 밤 12시까지'를 발표한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직원이 '단체 예약 환영' 등 새 거리두기와 관련한 안내 문구를 부착하고 있다. 뉴시스

“11시와 12시는 사실 큰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평일에는 어차피 다들 오후 11시 전에 집에 가니까….”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김모(61)씨는 사적모임 거리두기 완화의 효과를 아직 잘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장사가 안 돼서 1억원 넘게 대출받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700만원씩 적자가 났다”면서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매출의 절반도 벌지 못한다. 예전엔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르바이트생 1명만 있어도 한가한 경우가 많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사적모임 8인·영업시간 오후 11시’ 방역 조치를 ‘10인·자정’으로 완화했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완화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모임문화 자체가 바뀌며 오후 11시를 넘기면서까지 회식이나 모임 갖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일찍 회식을 마치는 게 습관이 됐단 얘기다.

기자가 지난 일주일간 건대입구·신촌·홍대입구역·서울대입구 등 서울 주요 번화가를 돌아다녀본 결과,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 완화 효과를 그리 느끼지 못하겠다”고 했다. 홍대입구역 근처 술집에서 일하는 20대 A씨는 “자정까지 장사를 하고 있지만 오후 11시 이후엔 새로 들어오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지하철 막차 시간도 자정 전으로 당겨졌지 않나. 택시 잡기도 쉽지 않다 보니 다들 막차 전에 귀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서영대(40)씨도 “와인바는 주로 2차나 3차 장사기 때문에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손님이 늘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가 금요일 오후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영업시간이 1시간 늘어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여전히 영업시간을 오후 11시로 유지하고 있는 식당이나 술집들도 많았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하는 30대 B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이 근처에 사는 게 아니라서 자정까지 근무하면 택시로 귀가해야 한다. 그들에게 택시비를 줘가면서까지 영업시간을 늘릴 유인이 없다”면서 “거리두기 자체가 무제한으로 해제돼 새벽 늦게까지 장사할 수 있는 게 아니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조치로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인다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영등포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거리두기가 완화한 뒤 선후배 관계로 보이는 8명 이상 단체손님도 왔다”며 “‘8명·11시’보단 ‘10명·자정’이 확실히 낫다. 사람들이 이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홍대입구 클럽거리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직원도 지난 8일 “지난 주말보다 50% 정도 사람이 늘었다”며 “홍대거리에 사람이 다시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명동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이 주 고객층인 신촌역 근처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오정수(65)씨는 “시험기간이긴 하지만 10명 손님도 받았다. 이전보단 확실히 낫다”고 전했다.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수제맥주집을 운영하는 40대 C씨도 “10시 제한일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고 했다. 서울대입구에서 실내 퓨전 포장마차를 운영 중인 황모(34)씨는 “주말 들어 확실히 사람이 많아졌다. 예전엔 9시만 돼도 새 손님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젠 10시 넘어서도 새 손님이 들어오니 테이블 회전을 한두 바퀴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완전 해제’와 ‘손실보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자총연대 공동대표는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선 크게 체감이 안 된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시간제한을 풀어주고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봤던 손실을 일부라도 보상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진·백준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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