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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함대는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이다. 제정 러시아 캐서린 2세(예카테리나 여제) 당시인 1783년 5월에 창설됐다. 부동항인 세바스토폴을 모항으로 흑해, 아조프해, 지중해가 주요 작전 구역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주적이던 오스만제국 해군을 상대했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해군과 우크라이나 해군이 분할됐지만 전력 대부분은 러시아가 차지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후 기존 우크라이나 해군 무기도 편입시켰다. 흑해함대는 미사일순양함과 구축함 각 1척, 프리깃함 2척, 호위함 10척, 소해정 9척, 상륙함 9척, 잠수함 1척 등 4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

흑해함대의 기함이 ‘모스크바호’다. 수도 이름이 있는 데서 드러나듯이 러시아를 상징하는 함선이다.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건조돼 1980년대 초반 취역했다. 길이 187m, 폭 21m 크기에 만재배수량 1만2500t으로, 승조원 50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다. 사거리가 550㎞인 대함 미사일 16발을 장착해 러시아는 최강 위용이라고 자랑한다. S-300F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 64발과 130㎜ 함포 등도 갖춰 흑해 인근 러시아군의 대공 방어를 책임지고 있다.

어제 우크라이나 남부 연안에서 모스크바호가 침몰해 파장이 만만치 않다. 충격에 빠진 러시아는 탄약 폭발 사고와 화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넵튠 미사일 2발이 모스크바호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넵튠은 우크라이나군이 소련의 KH-35 순항 미사일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이다.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지는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러시아군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난 건 숨길 수 없다.

러시아는 모스크바호 침몰로 해군의 전력과 자존심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더구나 지난달 25일 러시아 해군의 대형 상륙함이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에 맞아 침몰했고, 흑해함대 부사령관은 마리우폴에서 교전 중 사망했다. CNN 등 외신들은 모스크바호 침몰 소식을 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크게 당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공격 강도가 더 심해질 것이다.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푸틴이 행여 핵무기를 쓰지 않을지 걱정이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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