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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북핵위협과 유엔 제5본부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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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2 23:56:31 수정 : 2022-05-02 23: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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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일단 전투가 시작됐으면 박살을 내버려야지, 이놈아.”

소령=“이 병장 구출이 작전의 목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장군=“그래서 중화기 들고 일부러 엉터리로 쐈니.”

소령=“전쟁까지 가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군=“군인이 전쟁을 두려워 해. 이 XX가.”

분단 현실을 다룬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초반부다. 영화가 개봉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이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장군이 소령에게 넌지시 던진 다음 대사 때문이다. “전쟁은 그렇게 쉽게 터지는 게 아니야.”

그동안 ‘한반도 위기설’은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장군의 대사가 오버랩됐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말처럼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쉽게 터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하면서 전쟁 위협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한때 남북관계가 급진전해 평화의 훈풍이 불기도 했던 한반도에 다시 삭풍이 거세다.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바로 지금 제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선제적인 제압·분쇄(핵타격)’라는 전략적 발언으로 대남·대미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미는 분주하다. 미국의 북핵 담당 당국자들이 방한해 현 정부 및 차기 정부 인사들과 회동을 가졌고 미국 전략자산(무기)의 한반도 전개가 협의됐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1일 첫 정상회담을 연다. 역대 정부 출범 후 최단기간이다. 문제는 양국 정상까지 회담에서 대북정책 공조에 머리를 맞대겠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 6·1 서울시장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송영길 전 대표의 제1호 공약인 ‘유엔 제5본부 유치’가 눈에 띈다. 송 전 대표는 “유엔 제5본부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서울을 향해 북한이 스커드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쏠 수 없다”며 “남북 간 군비경쟁을 견제하고 군사위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서 서울 주재 유엔본부 그 자체로 항구적인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유엔 제5본부 유치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2014년 10월 세계일보와 경기도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DMZ(비무장지대)평화공원과 유엔 제5사무국’ 국제세미나를 여는 등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 구상을 위해 유엔 제5본부 유치를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힘이 실리지 못했다.

고대 로마의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작금의 한반도 상황은 전쟁을 대비하면서 평화도 준비하는 ‘투트랙 접근’이 보다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 원칙으로 ‘국익’과 ‘실용’을, 국정목표로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1호 공약이라고는 하지만, 차제에 새 정부가 유엔 제5본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보는 건 어떨까. 남북 간 전쟁 위협을 없애주는 것은 물론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줄 ‘묘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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