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항만 노동자 희생 막을 투자 지속을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2-06-13 23:08:55 수정 : 2022-06-13 23:08: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당연한 말이 문뜩 가슴에 맺힐 때가 있다. 지난 3일 취재를 위해 찾은 부산 신항 4부두 컨테이너터미널 작업현장에서 ‘안전은 생명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마주했을 때 그랬다. 지난해 평택항에서 300㎏의 개방형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숨진 이선호씨와 부산 신항 물류센터에서 리치스태커(컨테이너 운반용 장비)에 치여 목숨을 잃은 A씨. 그리고 올해 2월 인천항에서 야드 트랙터에 치여 사망한 B씨까지… 목숨을 걸고 일해야 했던 노동자들이 순간 어른거렸다.

일반인들은 출입이 어려운 터미널에선 수많은 컨테이너와 안벽·야드크레인, 포크리프트 등 항만작업용 중장비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장비들에 비하면 사람 한 명은 작디작은 존재일 뿐이었다. 안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위태로울 수 있는 그 공간에서 안전은 생명이란 문구가 남달라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강진 경제부 기자

다행히도 항만 작업현장에선 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부산 신항 4부두 터미널 운영사인 HPNT의 경우 지난해 현장 작업자 대기실 신축, 작업자 보행로 확보 및 도색 등과 같은 안전시설·설비 투자에만 14억원을 썼다. 야드 안전작업 관리인력은 늘리고, 관련 회의도 정례화했다. 최근에는 안전보건관리팀이 사장 직속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윤상건 HPNT 대표는 “(항만 노동자 모두) 같이 일하는 조직원들이기 때문에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항만에서 안전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기까지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최근 4년간(2018∼2021년) 부산항에서만 1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약 300명에 달한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항만 노동자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비율)은 1.25로 전 산업(0.51) 대비 배 이상 높다.

잇따른 항만 노동자 사망이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자 정부는 지난해 부랴부랴 항만사업장 특별 안전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1월부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일선 현장에서의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항만 노동자들의 희생이 작업 환경을 바꾼 것이다.

안전 확충에는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현장 기업들이 안전 경영의 효용을 체감하기 위해선 정부 투자가 마중물이 돼야 한다. 해수부는 올해 전국 11개 항만의 총 58개 사업장에 항만근로자 재해예방시설 설치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HPNT는 해수부의 지원을 받아 ‘야드 트랙터 운전자 부주의 및 졸음 경보시스템’, ‘리치스태커 후방감지용 경보시스템’ 설치 등을 추진한다. 손문수 HPNT 안전보건관리팀장은 “내년에도 (정부지원) 사업이 진행된다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서 현장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8월4일부터는 항만운송사업자 등에게 안전관리 책임과 근로자 안전교육 등의 의무를 부여하는 ‘항만안전특별법’이 시행된다. 안전은 생명을 넘어 기업에게 필수가 된 시대다. 더는 항만에서 다치는 노동자가 없도록 기업은 안전환경 정착을 위한 투자와 관리체계 개발에 힘써야 한다. 정부도 관리는 물론 투자에도 인색하지 않길 바란다.


이강진 경제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명 '완벽한 미모'
  • 이주명 '완벽한 미모'
  • 수지 '우아한 매력'
  • 송혜교 '반가운 손인사'
  • 김희애 '동안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