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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4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대북감청부대 5679 부대장 한철용 소장. 그는 그해 6월29일 제2연평해전이 터지기 직전 북측 경비정의 이상징후를 담은 첩보보고서를 당시 김동신 국방장관에게 올렸으나 김 전 장관이 주요 항목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폭로했다. 군 일급기밀인 ‘블랙북’(대북첩보 일일 보고서)을 꺼내 “(관련 내용은) 여기에 다 있다”고 흔들어댔다.

 

국방부로부터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한 소장은 이에 반발해 자진 전역했으나 후일 정권에 맞선 군 내부고발자로 평가받았다. 2010년 4월 발간한 ‘진실은 하나’란 제목의 회고록을 통해 그는 “북한 서해 8전대와 경비정 간 교신 내용을 감청(SI첩보)해 만든 긴급초시보고와 낱(단편)첩보에 각각 1회, 종합정보보고서에 1회 등 모두 3회에 걸쳐 ‘발포’라는 도발 용어를 적시했다”면서 “그러나 국방부는 이를 무시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살해 사건과 관련해 최근 정부가 군이 수집한 ‘SI’(Special Intelligence) 첩보를 바탕으로 한 ‘월북’ 추정 판단은 잘못이라고 이전 정부와는 정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이 해경과 국방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데 이어 유가족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고발까지 언급했다. 신·구 정부 간 충돌에 군은 곤혹스럽다.

 

SI첩보는 무선 감청 등에 의해 수집된 단편적 내용으로 이를 분석하면 정보가 된다. 하지만 첩보 입수 경로가 노출되면 적은 정보체계를 바꾼다. 복원하는 데 적잖은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한·미가 공유하다 보니 공개에는 미국 측의 협조도 필요하다. 군사작전은 감청 내용이 암호화돼 SI 공개 시 암호체계가 누설되지만 수색이나 구조 작전인 경우 통상 평문 교신이 일반적이다. 암호체계가 누설될 확률이 작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공개를 주저한다면 오히려 누군가 첩보의 누락 내지 각색의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SI 취급허가를 받은 국회의원들로 조사단을 구성해 SI를 열람케 하는 것이 타당하다. ‘신색깔론’ 등으로 갑론을박할 필요가 없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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