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교수가 바라본 화가이자 건축가 이상의 숨겨진 면모
김민수 지음/그린비/1만8000원 |
시인 겸 소설가 이상(1910∼37)의 앞에는 늘 ‘천재’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한국 문인 중 이상만큼 국내외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고 여전히 받고 있는 작가는 없다. 세상을 떠난 지 70년이 넘었는데도 서점가에는 그를 다룬 책이 넘쳐난다. 올해 들어서도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가 이상의 삶에서 가장 인상적인 13가지 대목을 뽑아 쓴 ‘이상 문학의 비밀 13’을 펴냈다. 도서출판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 300번째 책으로 ‘이상 소설 전집’을 택했다.
이상을 주제로 한 굵직한 서적 목록에 또 한 권을 추가해야겠다. 서울대 미대 김민수(51) 교수가 펴낸 ‘이상평전’은 그동안 문학의 영역으로만 간주해 온 이상을 미술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이상은 문인인 동시에 건축가 겸 화가였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한동안 조선총독부 소속 건축기사로 일했다.
이상이 그린 자화상 |
실제로 이상이 1928년 그린 자화상을 보면 비대칭 구조의 얼굴에 왼쪽 눈은 빛나고 오른쪽 눈엔 안구가 없다. 안구 없는 눈 밑에 눈물이 흐른 자국이 있고 목은 잘려 있다. 정수리 부분은 깨져 함몰된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존재의 고독, 불안, 공포, 자살, 죽음 등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에는 ‘모조 근대의 살해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근사하게 포장됐지만 실은 ‘비인간성’의 극치에 불과한 것들을 고발한 게 이상의 참모습이라는 해석이 담겨 있다. 김 교수는 “당대 지식인들 가운데 오직 이상만이 ‘짝퉁 근대’의 허구와 모순을 발견하고, 그것을 넘어 20세기로 치고 나아갔다”고 평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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