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오펜하이머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원자폭탄의 창조자이자 파괴자이고 싶었던 두 천재 이야기 / 실번 S 슈위버 지음 /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 2만2000원
핵무기 개발에 관여한 과거 때문에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산 아인슈타인(왼쪽)과 오펜하이머. |
실번 S 슈위버 지음 /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 2만2000원 |
두 사람은 핵무기 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인슈타인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원폭 제조가 가능하다고 알려주었고, 오펜하이머는 로스앨러모스연구소(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창설된 미국 정부 기관) 책임자로 실제 원폭을 제작해냈다. 그는 일본에 원폭 투하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이 일로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평생 고민하면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순 없다. 두 사람은 핵무기가 통제라도 되길 바라며 사회운동을 펼쳐나간다.
이 책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삶을 중심으로 당시 시대 상황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천재 즉, ‘위대한 인물’은 단순히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라는 고전 물리학이 한계에 부딪힌 시점에 등장했다.
이런 업적은 다른 개인이나 단체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수학과 물리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특정의 조화”가 있다고 믿었지만, 이런 조화는 이미 밝혀진 사실이었다. 기하학과 중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조금 늦더라도 결국에는 누군가가 밝혀낼 내용이었다는 것. 아인슈타인은 마르셀 그로스만, 데이비드 힐버트와 친밀했고 일반상대성이론의 최종 버전을 위한 공식을 확립하는 데 친구들의 수학적 도움이 필요했다. 저자는 오펜하이머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양자물리학은 공동 연구의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두 사람이 과학계를 대변하는 ‘아이콘’이라는 점까지 부정한다. 두 사람 모두 알려진 명성의 핵심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다는 것. 현대 과학계의 아웃사이더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공통점보다도 다른 점이 더 많았다. 유대인으로서 정체성이 확고했던 아인슈타인과 달리 오펜하이머는 유대인이란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다. 독일에서 자랐던 아인슈타인과 달리 오펜하이머는 미국 이민자의 후손이었다.
저자인 이론물리학자 실번 S 슈위버는 수없이 많이 다뤄진 과학 분야에 대한 언급을 줄였다. 대신 형이상학에 대한 관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개인사를 소개하면서 두 과학자에게 붙은 천재라는 수식어는 적절치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가 개인에 불과했다며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배경과 환경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다소 시샘 어린 반응이라는 평도 있다. 그러나 미공개 자료 등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개인적인 내용은 흥미롭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은 핵무기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자책에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살았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도 포기하면서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했던 진실한 지식인의 면모도 보여준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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