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잘못된 역사인식 탓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한국사의 새로운 이해를 찾아서 /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 너머북스 / 2만3000원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 너머북스 / 2만3000원 |
명문 교토대 재학 시절 그는 재일한국인(조선인)의 차별 문제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한 주임교수는 “미야지마군, 한국사를 공부하는 건 좋지만 대학교수가 되는 건 단념하게”라고 충고했고, 이 말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운명적으로 한국사와 인연을 맺은 미야지마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겸 도쿄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는 저자가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그간의 한국사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노작이다. 저자는 동양이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를 모방했다는 종전 시각과 입장이 다르다.
중국은 명나라 때부터, 한국은 조선 중기인 16세기부터 각각 근대화를 시작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 근대사 연구는 일본의 강요에 의한 개항 때부터가 아니라 조선시대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저자는 ‘주자학’을 높이 평가한다. 인간의 본래적인 평등을 전제로 하면서 학습에 따라 인간을 차별화하고 사회질서를 다잡으려는 주자학은 적어도 18세기 말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개명된 합리적 사상이었다는 것. 자연히 주자학을 먼저 도입한 한국의 근대화가 일본보다 빨랐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미야지마 교수는 한·일 간 역사적 화해의 걸림돌로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꼽는다.
“일본은 한국 등을 침략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패배라는 비참한 결과를 맞은 겁니다. 일본의 한국 침략은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자체의 문제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과거사 보상 등) 무엇인가를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대답해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에 따르면 우익 성향의 일본 역사 연구자들도 문제지만, 진보적인 학자들의 한국 인식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2차대전까지는 천황을 중심으로 한 황국사관이 일본 역사학을 지배했습니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한 뒤 일본 역사학계는 한국 침략을 반성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한국과 명청(明淸) 시기 중국은 유교가 지배한 나라였고 그래서 독자적으로 근대화할 수 없었던 반면, 일본은 유교 영향력이 약해 근대화를 빨리 이룰 수 있었다’는 (일본 사회의) 기본 인식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책은 한·일 두 나라의 진정한 화해를 위해 일본 학자들이 이러한 역사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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