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환경사 연구를 종합한 책. 먹을 것을 찾는 아즈텍의 전략부터 오늘날 멕시코시티에서 숨쉬기 위한 투쟁, 지난날의 열대 농사법부터 오늘날의 환경 관광까지 6세기에 걸친 역사를 폭넓게 살핀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인간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며, 무한한 발전을 뒤쫓는 이들에게는 ‘당신’ 또한 사라져도 상관없는 ‘자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유럽인 정복자들이 오기 전에는 텅 빈 야생이었다는 신세계 신화를 깨면서 출발한다. 저자에 따르면 1492년 이전의 라틴아메리카는 사람으로 꽉 들어차 있었다. 20세기 전반기 사람들은 1492년 신세계에는 800만∼1500만 명이 살았으리라 짐작했다.
이렇듯 옛날 아메리카는 사람으로 가득 찼으며 왕성한 생산력의 자연과 생산기술을 가진 문명이 공존하며 가장 많은 인간을 먹여 살렸던 ‘오래된’ 세계였다. 오래된 세계를 ‘신세계’로 뒤바꿔 놓은 장본인은 유럽인 정복자들이 아니라 병균과 동식물이었다. 1492년 콜럼버스 이후 유럽인들이 들어온 1세기 동안 새로운 질병과 세균에 의해 선주민 90%가 몰살되자 동식물이 우거진 그야말로 신대륙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은 선주민족 문명과 이베리아 왕정이 다스리던 아메리카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베리아 식민주의 체제에 대한 저자의 긍정적인 평가와 아메리카 독립공화국에 대한 상대적 저평가도 눈길을 끈다.
어쩌면 인간은 모든 자연물을 인공물로 갈아치우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큰 힘을 손에 넣더라도 한번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어렵고 힘들더라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길을 찾으려 힘써야 한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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