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들은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한다. 발목운동으로 심장에서 발끝까지 내려온 혈액을 다시 심장을 향해 퍼올리는 펌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발은 몸을 지탱하고 균형을 유지하며 몸의 이동을 담당하는 등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한 이후로 한시도 쉴 틈 없는 신체부위인 셈이다.
그러나 각별히 관리하거나 유의하지 않을 경우 각종 발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봄철인 요즘 운동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족저근막염이나 무지외반증 등 발 관련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족저근막염=발바닥 통증의 대부분은 충격 흡수를 위해 발바닥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막인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긴 경우다. 족저근막은 발바닥 전체에 퍼져 있으면서 우리가 뛰거나 걸을 때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막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겨 발바닥이 붓고 발바닥과 뼈가 만나는 면에 통증이 온다. 특히 노화가 시작돼 발바닥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40∼50대의 중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여성은 폐경을 겪으면서 호르몬 분비 변화로 발바닥 앞쪽의 지방층이 위축되어 쿠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바닥의 앞쪽에서 통증이 발생하며, 남성은 부족한 운동과 과체중으로 발 뒤꿈치에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달리기를 많이 하는 운동선수에게 자주 발생하는데, 마라톤의 황영조, 이봉주 선수, 축구의 박주영 선수가 이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여성은 하이힐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이힐을 신게 되면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려 걷거나 뛰면 앞쪽 발바닥에 과도한 하중이 실려 전족부의 족저근막이 무리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발바닥이 붓고 통증이 있을 때에는 걷거나 뛰는 등의 운동을 자제하고 얼음찜질을 해 염증을 가라앉힌다. 통증이 지속하더라도 초기에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운동치료를 병행하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초기에 느껴지는 작은 통증을 무시하고 운동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아 악화하여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 주로 염증이 생긴 부위에 직접 소염진통제를 주사해 치료한다. 염증이 심각하면 족저근막을 일부 절개하는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도 있으므로 증상 초기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
◆무지외반증=무지는 엄지발가락을 말하며, 외반이란 밖으로 휘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휘는 변형을 ‘무지 외반증’이라 한다. 실제 나타나는 현상은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휘면서 동시에 엄지발가락의 안쪽도 튀어나온다. 이런 변형은 튀어나온 뼈 때문에 통증이 심할뿐더러 발의 볼을 넓게 만들어 조금만 조이는 구두를 신어도 금방 통증이 생긴다. 다른 발가락의 변형과 통증을 초래할 뿐 아니라 어깨 통증, 요통, 혈압의 변화, 스트레스, 불면증, 귀울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증상이 경미하고 변형이 심하지 않은 경우 볼이 넓고 편안한 신발이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보조기, 기능성 신발이나 기능성 깔창은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여줄 수 있지만 변형이 교정되거나 근본적인 치료는 기대할 수 없다.
효과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특히 엄지발가락의 튀어나온 부위가 아플 때, 오래 걷기에 불편하거나 신발 신기에 불편한 경우, 엄지발가락이 체중을 못 받아 다른 발가락 밑에 통증을 유발하는 굳은살이 생길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예전에는 주로 튀어나온 뼈를 깎아내는 수술이 이뤄졌지만 요즘은 뼈를 절제하고 굽은 쪽 반대 방향으로 뼈를 돌리는 절골술이 시행된다.
◆아킬레스 건염=아킬레스건은 발뒤꿈치에 있는 힘줄이다. 준비운동 없이 운동을 시작하거나 운동량을 갑자기 늘릴 경우, 또 운동하는 곳의 바닥이 딱딱할 때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아킬레스 건염이 생기면 발뒤꿈치 바로 위쪽 부분의 통증이 심하다. 딱딱한 구두나 작은 신발을 신었을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 발뒤꿈치 혈액순환이 취약하기 때문에 걸린다. 염증이 생기면 죽은 세포가 순환되지 못하고 힘줄에 박히기 때문이다.
평소 계단에 발 앞쪽만 걸치고 서 있거나 벽 쪽을 보고 서서 한 발은 앞으로 한 발은 뒤로 해서 벽을 미는 자세를 취하는 스트레칭 운동이 예방에 효과적이다. 아킬레스 건염으로 걷기가 어려울 경우 발뒤꿈치를 감싸 주는 보조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발에 무리를 주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1∼2주 후 회복된다. 아킬레스 건염이 습관적으로 재발하면 아킬레스건 일부를 잘라 주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발목염좌=발목염좌는 농구, 테니스, 달리기 등 격한 운동을 할 때 생기는 대표적인 발 질환이다. 걷다가 발을 헛디뎠을 때도 많이 생긴다. 발목염좌의 약 90%는 발바닥이 안쪽으로 뒤틀려 발목의 바깥쪽 부분이 벌어지면서 일어난다. 흔히 붓거나 피부에 멍이 든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재발하기 쉽다. 오래 놔두면 관절염으로 악화한다.
치료법은 얼음팩으로 삔 부위를 30분간 찜질하고 5∼10분 휴식하는 것을 반복한다. 또 탄력붕대로 감아 부기를 줄인다. 하루 정도 삔 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주면 부기가 많이 줄어든다. 최소 3주 정도는 안정을 취하면서 발목 부위를 고정하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준비운동을 해 인대나 근육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m
〈도움말: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김응수 힘찬병원 족부센터 과장, 유주석 대한민국정형외과 원장〉
1) 발을 앞쪽으로 뻗은 후 타올로 발의 볼 부분을 감싼다
2) 무릎을 쭉 편 채 타올을 몸쪽으로 잡아당긴다
3) 당긴 상태를 15∼30초가량 유지하다 풀어준다. 3회 반복한다.
■통증 완화법―냉동캔 발로 구르기
1) 차가운 캔 위에 아픈 발바닥을 대고 발 뒤꿈치에서 가운데 발바닥까지 앞뒤로 구른다
2) 이를 3∼5분 동안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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