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드 호(何厚화〈金+華〉) 마카오 행정장관이 ‘기본법 23조’에 명시된 국가안전법 제정을 추진하자….”
최근 중국발 외신기사 문장이다. 이처럼 중국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馬+文〉 〈金+華〉같이 편법을 쓰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모든 한자를 디지털 폰트화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그런데 앞으론 이런 일이 없어질 듯하다. 단국대가 세계 최대 규모의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전16권)’을 완성한 덕분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한자를 새로 디자인하고 디지털 폰트화했다. 그것도 사립대학이 교비를 들여 완성했다. 1978년 착수했으니 30년 만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뀔 긴 세월이다. 1993년엔 학교법인이 부도를 겪는 난관이 있었지만 사전 편찬작업은 중단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장충식 단국대 명예총장의 집념이 있었기에 절대 가능했다. “학창시절 일본인이 편찬한 ‘대한화사전’으로 역사를 공부하다 수치심을 느껴 한자를 잘 아는 학자들이 생존해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했다”는 장 명예총장은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과 숱한 반대 속에서 필생의 사업으로 결심하고 추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동안 기록도 무수하게 쏟아졌다. 사업비로 국가보조금 25억원을 포함해 총 310억원이 들어갔고, 전문 인력만 연인원 20여만명이 동원됐다. 수록한 한자 총수와 어휘도 한자문화권인 중국, 대만, 일본을 압도한다. 중국 ‘한어대사전’이 2만3000여 자에 38만 단어, 일본 ‘대한화사전’이 4만9000여 자에 39만 단어, 대만 ‘중문대사전’이 5만여 자에 40만 단어인 데 비해 단국대본 ‘한한대사전’은 5만5000여 자에 45만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 올림픽에 한자사전 만들기 종목이 있다면 단연 금메달감이다.
단국대본 ‘한한대사전’ 완간은 단지 위에 열거한 기록 경신에만 의의가 있는 게 아니다. 사전은 한 나라 문화유산의 바로미터가 아닌가. 이번 사전의 완성으로 학계는 2000년 넘게 축적된 한자문화 유산을 풀어갈 기초연구수단을 확보함으로써 전통 인문학 연구의 토대가 마련됐고, 국민은 자긍심을 갖게 됐다. 단국대 재단과 편찬 실무자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앞으로도 인명, 지명, 제도명, 관직 및 의학, 건축 등 쓰임새별로 세부 전문사전을 편찬해야 하고, 콘텐츠의 DB 구축과 온라인화는 물론 개정판도 준비해야 한다”는 재단 관계자의 말대로 이게 끝이 아니다. 단국대가 30년 동안 홀로 품고 뛴 이 거대한 역사(役事)를 이젠 사회와 국가가 나눠 함께 짊어져야 한다. 단국대본 ‘한한대사전’은 이미 우리의, 아니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조정진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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