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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통유리 속 작품 담았죠”

입력 : 2009-06-05 22:27:16 수정 : 2009-06-05 22: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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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양혜규씨

인간과 공간의 관계 작품으로 녹여

조명대신 자연광 써 인공적 냄새 없애
◇양혜규씨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내 블라인드 작품 앞에 서 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공간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기존 한국관을 내게 맞게 뜯어고치기보다는 사방이 통유리인 새로운 조건에 적응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외부 조명 대신 자연광을 쓰게 됐죠.”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축제인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6월7일∼11월22일)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양혜규(38)씨가 공식 개막 사흘 전인 4일(현지시간) 세계 미술 관계자들에게 작품을 공개했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그는 지난해 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인 주은지씨에 의해 한국관 작가로 선정됐다. 이어 양씨는 비엔날레 총감독인 다니엘 비른바움이 총괄하는 본전시에도 초청돼 이번 비엔날레에서 국가관 단일 작가이자 본전시에 초청된 유일한 작가가 됐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베니스 아스날레에서 열리는 본전시와 자르디니에서 열리는 국가관 두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양씨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 자신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한국관에서는 ‘응결’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통해 숨겨진 사적공간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비디오 영상과 설치작업 등 3점의 전시물을 내보였다.

비디오 에세이 ‘쌍과 반쪽-이름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들’은 이번 전시의 기초가 되는 작업으로, 작가의 서울 집인 아현동 주변과 비수기에 방치돼 있는 비엔날레 한국관 주변의 풍경을 담았다. 그는 “아현동 주민과 나를 동일시한다”고 말했다. “아현동에 사는 내 이웃들은 일반 서민이 아니에요. 이들은 무당, 노인, 매춘부, 채무불이행자 등으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단 한번도 묻지 않았어요. 이런 침묵은 내가 완전히 그들 중 하나라는 느낌을 주었고, 그래서 나는 그들과 나를 동일시하고 그들의 이웃이 될 수 있었죠.”

한국관에 들어서면 중앙 설치작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목소리와 바람’을 볼 수 있다. 색색깔의 블라인드와 선풍기, 냄새를 복합적으로 조합한 공감각적 작품이다. 천장에 매달린 여러 개의 블라인드로 이뤄진 설치물은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을 통과시킨다. 또 주변에 설치된 6개의 선풍기는 시간차를 두고 작동하면서 블라인드를 흔들리게 하기도 하고 관람객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한다. 이밖에 베를린에 있는 작가의 집 부엌을 재현한 설치작품 ‘살림’도 선보인다.

“‘목소리는 목청이 없고 바람은 팔이 없다’는 제 비디오 내레이션처럼 만질 수 없고 형언할 수 없는 색감과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올해 한국관 전시에는 유난히 해외 미술계 인사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주은지씨가 커미셔너를 맡은 데다 양씨 역시 독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베니스=글·사진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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