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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작가 로와정 "부부싸움은 작품 작업중이란 뜻"

입력 : 2010-01-10 12:02:19 수정 : 2010-01-10 1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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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걸 즐기는 부부 보셨어요? 저희는 ‘부부싸움=작품 작업중’이란 뜻이랍니다.”

둘이 한 작품만 만들기를 고집하는 작가가 있다. 로와정, 노윤희(29)와 정현석(29) 부부다.  대학 동기인 이들은 20대 초반 계약커플로 만났으나 계획과는 달리 2008년 1월,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하고 나서 불편한 점이 많아졌어요. 주로 제도에 대한 불만이죠.” (노윤희)

로와정은 연애시절부터 ‘관계’라는 주제로 같이 작업을 해왔다. 2007년 정현석씨가 첫개인전을 준비할 때 연인이었던 노윤희씨가 아이디어 등 작업을 도와준 게 둘이 한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 비슷한 점이 많았던 이들은 알고 보니 생년월일도 같았다. 이들은 결혼으로 얽힌 남녀 역학구도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등 사람과 사람 관계에 대해 주로 얘기해왔다.

“같이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한 명의 작가로 불려지길 바랬고 그래서 각각의 성을 딴 ‘로와정’ 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저희는 평생 무조건 같이 작업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웃음)” (정현석)



설치와 드로잉 작업을 주로 하는 이들이 작품 하나를 완성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6개월에서 1년 정도. 아이디어가 생기면 둘이 대화를 시작하고 이를 서로 객관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중간에 아이디어가 묻히기도 하고 의견이 조율되면 이를 더 심화시켜 작품으로 완성한다. 노씨는 아이디어를 심화시키는 작업을 주로 하고 정씨는 그걸 트리밍한다. 이들에게 ‘작업’이란 ‘매일 둘이 싸우는 일’이다. 한번은 전시회 몇 일전에 심하게 싸워 작업이 중단돼 곤혹을 치룬 적도 있었다. 그래서 한 달에 3~4일 안식일도 뒀다.   

“365일 붙어있어야 하니 주기적으로 각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어요. 안 그러면 폭발하니까요. 근데 이제는 서로 붙어 지내는 게 익숙해졌는지 안식일에도 같은 방에 있을 때가 많네요. 좀 무섭죠? (웃음)” (노윤희)

로와정은 “2인 1조가 돼 작업을 지속적으로 같이 하다 보니 이제 혼자서는 작업을 할 수 없는 병이 생겼다”며 웃었다.

“둘이 작업을 같이한다는 의미가 저희에게는 ‘1+1=2’이 아니라 ‘0.5+0.5=1’이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가 메워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시너지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정현석)

르와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미술관에서 12월24일부터 개최하고 있는 ‘2009 작가-중심 네트워크: DECENTERED’전에 참여했다. 이번에도 이들은 ‘관계, 내가 적극적으로 만든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설치작품을 통해 던진다. 작품에서 그들은 상호 이해관계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얘기하고 또 동시에 그 관계를 바라보며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주관적인 시선의 오류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이번 작품을 구상하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는데도 꼬박 1달이 넘게 걸렸다. 이들은 그룹 초대전은 처음이기도 하고 서울과 부산, 광주를 도는 순회전이라 이번 전시 참여는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희가 이렇게 끊임없이 ‘관계’에 대해 부르짖는 데 정작 초대전에 초청이 안 될 때, 소통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 심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작품을 만들 때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현석)

로와정은 앞으로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 등을 적극 활용해 좀 더 다양한 곳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기획한 ‘2009 작가-중심 네트워크: DECENTERED’전은 서울과 중앙 중심의 논의 구조를 해체하며 전국의 신진 작가를 발굴해 지역간 네트워크 형성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격년제로 열리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는 로와정을 포함해 2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 미술관에서 1월3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2월5일부터 3월14일, 6월8일부터 7월7일까지 각각 열린다. (02)760-4850

안신길 기자 ejourn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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