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95%가 여자어린이… 영양과잉·환경호르몬 영향 “학교 문턱도 안 갔는데 벌써 2차 성징이….”
성조숙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 영양과잉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성조숙증은 방치하면 저신장뿐 아니라 정신적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을지대학병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성조숙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822명으로 2008년 502명, 2007년 217명보다 각각 2.5배, 3.8배 급증했다. 환자의 대부분은 여자아이로 지난 3년간 병원을 찾은 전체 1579명 가운데 95.5%인 1511명이었다.
소아청소년과 강주형 교수는 “식생활의 서구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수준 향상으로 영양 과잉이 이루어지고, 이 영양 과잉이 지방과다로 이어진 데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환경호르몬까지 겹쳐 성조숙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은 유방 발달, 고환 크기의 증가, 음모 발달 등의 2차 성징이 여자아이의 경우 8세 이전, 남자아이의 경우 9세 이전에 나타난다. 성조숙증이 진행되면 빠른 뼈 성숙을 가져와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기 때문에 키가 제대로 크지 못하거나 심리적·정신적 문제도 나타나기 때문에 이 같은 증상을 보일 경우 빨리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성조숙증은 일반적인 신체검사, 성 성숙 정도 평가, 시야 검사, 신경학적 검사와 함께 성호르몬, 성선자극호르몬, 골 연령 등을 측정해 진단한다.
강주형 교수는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등의 환경호르몬과 비만이 조기 사춘기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 고른 영양 섭취가 아이의 정상적인 사춘기 발달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완전한 성조숙증을 보이는 어린이에게는 생식샘(고환 또는 난소)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방출하도록 돕는 호르몬 약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는데, 투여 후 약 6주가 지나면 생식샘에서의 성호르몬 분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감소되어 성조숙증 증상이 멈추게 된다. 이로써 뼈의 성장판 융합이 지연되어 최종적인 성인 예측키가 늘어나게 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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