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베링어 지음/안병옥 옮김/공감in/1만7000원 |
기후변화는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자였다. 인물이나 시대 사조도 기후만큼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로마제국의 흥망성쇠, 마야문명 붕괴, 프랑스 대혁명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대사건의 원인은 대부분 기후변화에 있었다. 18세기 후반 유럽 대륙에 몰아닥친 가뭄과 한파는 민생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폭동으로 번진 게 프랑스혁명이다.
이 책은 기후변화에 따라 인류의 문화사를 재조명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에서 출간 당시 과학자들과 기후학자들의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들이 몇 주에 걸쳐 ‘이달의 책’으로 선정할 만큼 화제가 됐었다.
저자는 모든 문명의 전환기는 기후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대에 벌어지는 지구온난화의 전조는 13∼19세기의 ‘소빙하기’라며, 이 시기 경험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맹목적인 교리에 의존해 기후 현상을 해석했던 중세의 권력자들은 변덕스런 날씨의 책임을 인간이 저지른 죄악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저자는 인류 역사상 일정하고 정상적인 기후란 본래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오직 빙하기와 간빙기(온난기)의 두 시기만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빙하기의 자손이지만, 문명은 온난기의 산물이다. 저자는 오늘날 얼음으로 덮여 있는 그린란드를 왜 ‘화이트란드’가 아닌 ‘그린란드’로 부르게 되었는지 예로 들고 있다. 중세 중기는 온난기였으며, 따라서 그린란드는 눈이나 얼음이 아닌 초목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바이킹은 그린란드에 식민지를 건설해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기후변화의 도전 앞에 필요한 것은 ‘문화적 상상력’이며, 그린란드를 건설한 바이킹처럼 새로운 개척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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