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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의 풍습·건축은 고구려 복사판

입력 : 2010-09-25 00:20:42 수정 : 2010-09-25 00: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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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일대는 중국 대륙·한반도 문화가 융화되는 무대였을 것
발해는 한민족 역사의 흐름을 고대서 중세로 연결하는 열쇠
서기 700년을 전후한 시기에 만주를 주무대로 강대국을 건설했던 발해의 역사적 연원은 동북아시아 역사 논쟁의 핵심이다. 고구려 영토와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발해의 역사가 사실대로 규명된다면 중국 학자들의 패권적 자세에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발해는 ‘해동성국’이라고 불릴 만큼 융성한 문물을 발달시켰으며 특히 건축 분야에서는 한반도와 당의 장점을 살린 건축물을 많이 남겼다. 충북대 건축학과 교수이며 이 대학 박물관장으로 재임 중인 김경표 박사가 쓴 ‘발해건축사론’은 발해 역사의 근거를 건축사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저자는 “발해사와 관련된 국가들은 모두 자국의 입장에서 발해를 연구하고 파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발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발해의 입장에서 당시 문화를 파악해야 그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다”면서 중국의 자기중심적 태도를 비판한다.

김경표 지음/기문당/1만원
발해건축사론/김경표 지음/기문당/1만원


김경표 교수는 “중국 학자들은 부여나 고구려, 발해가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사의 일부로 다루고 당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중국 쪽 학자들의 주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중국에서 책봉받은 중국 지방정권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구려와 발해를 묶어 중국사의 일부로 예속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김 교수는 “중국 학자들의 이런 태도는 현대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이 짙게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발해가 고구려 문화를 유지 계승했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는 주택의 온돌구조이다. 발해의 일반 주택과 도읍지였던 상경용천부 궁전 유적지, 각 성곽에서 모두 온돌의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발해의 온돌 구조는 고구려 시대에 비해 보다 발전된 것이며, 훗날 고려조에서 더욱 발전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발해 초기 도읍지로 간주되는 동모산 일대와 연해주의 발해 유적지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에서는 볼 수 없는 온돌 구조의 흔적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2004∼05년 중국 지린성 허룽시 룽터우산 고분군에서 발굴된 발해왕실 무덤. 중국 연구팀은 이 무덤에서 고구려의 전통을 계승한 금관의 부속품을 발굴했다.
특히 발해의 매장 풍습은 고구려의 복사판이다. 발해의 각종 분묘 형태는 지금의 함경남도 지방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발해의 절터 양식이나 기와 문양도 고구려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발해는 고구려의 초기 도읍지였던 국내성 자리에 서경압록부를 설치할 정도로 고구려의 왕릉이나 기타 유산들을 잘 보존하고 관리했다.

◇허룽시에서 출토된 금제 관식(冠飾·왕과 왕비가 쓴 관의 장식물). 고구려 조우관의 전통을 잇고 있다.
중국 학자들이 “발해는 당의 문물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당의 속국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중국 동북지방은 한반도와 동양을 연결시키는 문물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발해가 나라를 일으킨 만주 일대는 중국 대륙과 한반도 문화가 융화되는 무대였을 것”이라며 “어느 한 쪽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발해가 당의 책봉을 받았다는 의미는 당시 외교적 의례일 뿐이지 주종관계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발해사의 귀속 문제는 실증적 연구를 통해 발해 문화의 역사적 실체가 규명되고 고유한 독자성이 정립되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면서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학자들이 각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탈피해 학자적 양심에 따라 공동 연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발해 역사는 만주에서 활동한 한민족 역사의 흐름을 고대에서 중세로 연결하는 중요한 열쇠다. 김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가급적 발해 건축문화의 본질을 발해인의 입장에서 서술하고자 했다. 아울러 한국과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의 입장을 비교문화적으로 풀이해 발해 문화의 근거를 규명해간다.

정승욱 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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