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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이미지 쇼핑’… 색다른 ‘송구영신’

입력 : 2010-12-20 17:40:54 수정 : 2010-12-20 17: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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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가족들과 함께 즐길 미술관 전시 연말연시 미술관에서 차분하게 ‘이미지 쇼핑’을 해 보자. 미디어아트, 디자인, 정가(正歌)와 미술의 만남 등 풍성한 이미지들이 마음의 위로가 될 것이다. 지난 한 해의 아쉬움일랑 그림속 아련한 지평선 너머로 날려 보내자. 새해 설계의 밑그림에 희망의 색을 칠해 보자. 아이들에게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상상력의 보고가 될 것이다. 가볼 만한 미술관 기획 전시를 소개한다.

◇육태진의 ‘보행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선 미디어아트 소장품을 소개하는 ‘조용한 행성의 바깥’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어두운 터널처럼 빛이 들지 않는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박현기의 영상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원형의 커튼이 둘러쳐진 공간이 나타난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프로젝터가 회전판을 따라 회전하면 걸어가는 한 남자의 영상이 원형 커튼을 따라 투사된다. 때론 한숨을 내쉬면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걸어가는 남자를 통해 방향성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낸 육태진의 1996년작 ‘보행자’다.

◇김환기의 ‘산과 달’(1950년대)
전시장에서는 어디선가 맑은 목탁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기계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두들겨지는 목탁을 둘러싼 16개의 스피커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소리 조각가’ 김기철이 산사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 ‘해인(海印)’으로, 소리를 통해 공간을 재현한다.

집단 유흥장소인 노래방을 사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킨 이불의 작품 ‘영원한 삶ⅠI’은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잘빠진 유선형의 스포츠카 같은 설치물은 사실 1인용 노래방 부스다. 차에 타듯 가죽 소파 위에 자리를 잡으면 뚜껑이 덮이고 관객은 헤드폰을 낀 채 눈앞의 노래방 화면을 바라보며 혼자서 노래할 수 있다. 새해엔 상설전으로 전환된다. 무료 (02)2188-6000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는 내년 1월23일까지 미술과 정가(正歌)의 만남을 시도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설치미술작가 이수경(47)이 지난해 겨울 한 전시 오프닝에서 보컬리스트 정마리(35)가 부르는 정가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아 시작된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정가는 옛 시를 노래로 부르는 우리 전통 성악곡의 일종이다. 길게 늘여 부르는 특성 때문에 듣는 이에게 가사는 들리지 않고 목소리의 울림만이 들려 독특한 느낌을 전하는 정마리의 정가 매력에 푹 빠진 이수경은 이를 드로잉으로 풀어냈다.“음악을 들으며 내가 모르는 저 마음 밑바닥의 무언가가 표현한 것이다.”

◇디터 람스의 ‘의자 프로그램’
이번 전시의 원천이 된 정마리의 정가도 들을 수 있다. 미술관 1층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전시 기간 매주 금·토요일에 정마리가 직접 정가를 들려준다. 어두컴컴한 공간의 한쪽 벽을 길게 뚫고 그 안에 빛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꾸민 무대에 앉아 노래하는 정마리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전시 관람료 2000원, 공연 관람료 1만원. (02)760-4850∼2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평소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 디터 람스(78)의 디자인전이 내년 3월20일까지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람스는 독일의 소형 가전제품 업체 브라운(BRAUN)을 간결하면서 명료한 디자인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독일의 소형 가전제품 업체 브라운은 원래 라디오를 만들던 작은 회사였다. 평범한 중소기업인 브라운이 오늘날 세계기업이 된 데에는 무엇보다 절제된 단순함 속에 기능을 강조한 람스의 디자인 힘이 컸다.

“디자인은 집을 꾸미는 집사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편안한 집처럼 느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좋은 디자인의 핵심은 또 양질의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디자인은 제품의 좋은 특성과 성격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적이어야 합니다. 또 미래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하죠.” 성인 5000원 (02)720-0667

◇이수경의 ‘매일 드로잉’
최근 신관을 마련한 평창동의 김종영미술관이 기념전으로 장욱진과 김환기, 김종영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내년 2월11일까지 연다.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함께 교수 생활을 했고 절친한 친구로 우정을 나눴던 세 작가의 1950∼60년대 작품을 주로 모은 이번 전시에서는 일반에 잘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눈에 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장욱진의 1959년작 ‘물고기’는 물고기의 형상을 사각과 삼각의 색면으로 분할해 구성한 작품이다. 1950년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김환기의 ‘산과 달’은 달이 뜬 고향 전남 신안 기좌도의 풍경을 푸른빛으로 표현한 것으로 고요한 밤바다의 느낌을 전달한다.

장욱진이 타월 위에 매직펜으로 그린 그림도 눈길을 끈다. 술독 속에 작가가 들어가 있는 모습을 재치 있게 그린 그림은 장욱진이 한창 술을 마실 때 그리곤 했던 그림이라는 일화가 전한다. 김환기가 뉴욕에서 작업하던 시기 신문지 위에 그린 그림들, 김종영 작품의 바탕이 됐던 수묵 드로잉 등도 함께 소개된다. (02)3217-6484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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