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묶여 예능이 기타교육 전락
미처 날기도 전에 납덩이 달아
잠재된 독창성 그대로 묻혀져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달란트(재능)와 자신을 경영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조기교육은 그런 것들에 풍선을 달아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요즘 시중에서 영재교육이니 조기교육이니 하며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행태들이 걱정스러워 제자들과 함께 미술조기교육에 나선 이종상(74) 화백을 지난 주말 평창동에 있는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종상 화백은 “조기교육은 각자 지니고 태어난 달란트와 카리스마에 풍선을 달아주는 일”이라며 “잘못된 조기교육은 아이들에게 족쇄가 된다”고 강조했다. |
이 화백은 그런 점에서 예술은 조기교육에 가장 적합한 도구라고 강조한다. “예술가는 다리가 없는 유령 같은 존재들입니다. 다리(현실감) 없이 부감(고공에서 바라보기)하게 되니 세상을 두루 넓게 보게 되지요.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들의 달란트와 카리스마를 찾아가는 겁니다. 조기교육의 원리가 바로 그런 것이지요.”
학교 현장에서 예능교육이 기타과목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는 이번 미술 조기교육에서 입시라는 다리마저도 잘라내고 있다.
“미처 날기도 전에 아이들에게 납덩이를 매달아 버리는 꼴이지요. 잠재된 독창성이나 창의성인 카리스마가 발현되기도 전에 고사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이 화백은 조기교육을 유리판 위에 유리구슬을 쌓는 일에 비유했다. “무한히 넓은 유리판 위에서 유리구슬이 관성을 잃고 자기중력만으로 서게 된다면 저절로 구슬탑이 만들어지게 되지요.”
화단의 원로이면서 5만원권과 5000원권 지폐의 신사임당과 율곡 초상화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 화백은 대학시절부터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화실과 함께 아동미술연구소를 2, 3년 운영했죠. 화실의 이름을 아예 정서원이라 했지요.”
3월부터 개설되는 미술 조기교육 프로그램은 서울 목동에 있는 대한민국예술인센터 미술아카데미(원장 이미숙)에서 열린다. 7세∼초교 6학년생이 대상인 이번 조기교육엔 이 화백의 제자들도 힘을 보탠다. 김선두(중앙대 교수)를 필두로 이종민(전업작가), 김근중(가천대 교수), 손연칠(동국대 교수), 서용(동덕여대 교수), 권기범(성신여대 교수), 박대조(전업 작가), 정종미(고려대 교수), 조경호(전업작가), 이정연(SADI 교수), 고영훈(전업작가), 김종목(이화여대교수), 이승철(동덕여대 교수), 고완석(전업작가) 등이 교사로 참여한다. (02)2655-3113, www.artscenter.or.kr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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