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피아프의 떨리는 음성·강렬한 입맞춤… 숨이 멎다

입력 : 2012-05-09 21:11:29 수정 : 2012-05-09 21:11: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창작 초연 발레뮤지컬 ‘에디트 피아프 사랑의 찬가’ 리허설 현장 지난 8일 오후 6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 제11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의 창작 초연 발레뮤지컬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시고 무리하지 마세요.”

공연을 총 지휘하는 SEO(서) 발레단 서미숙(사진) 대표의 저음이 대극장 구석구석에 깔렸다. 무용, 음악, 조명, 의상 등 각자의 파트에서 자신의 몫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처음 만나 맞춰 보는 자리였다. 15명의 스태프와 40여명이 무용수들이 대극장에 모였다.

막 구분 없이 주요 장면 리허설이 토막토막 이어졌다. 플레어 스커트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무대 위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가운데 스태프는 관객석 중앙에 모여 앉았다.

“사랑의 찬가 시작할게요.”

서 대표의 지시와 함께 극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됐다. 손을 잡고 등장한 장운규·전효정 커플은 한 쌍의 백조처럼 우아한 동작을 이어나갔다. 발끝을 세우고 몸을 펼친 발레리나가 사랑의 인사를 하고 뒷걸음질치면 발레리노가 따라가 그녀의 몸을 끌어당겼다. 피아프의 떨리는 음성에 맞춰 사랑을 나눈 커플은 노래가 끝날 무렵 5초간 입을 맞췄다. 상대방의 입술을 물고 한쪽 발을 하늘을 향해 세워 올렸다. TV드라마 배우들의 어설픈 입맞춤이 아니라 몸의 무게중심을 맞닿은 입술에 올려놓은 듯한 강렬한 ‘입술 박치기’였다. 발레리나의 얼굴에 고통의 환희가 떠올랐다. 두 사람은 단단히 조여맨 하나의 리본처럼 보였다.

‘사랑의 찬가’가 흐르는 가운데 에디트 피아프(전효정)와 마르셀 세르당(장운규)이 듀엣 춤을 추고 있다.
“수고하셨어요. 아이고, 정말 잘해 주었습니다.”

무용수들의 열연에 서 대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리허설이 아니라 본 무대를 본 느낌이었다. 장면을 끝낸 무용수들은 키스의 여운 따위는 아랑곳않고 무심한 얼굴로 무대를 내려갔다. 이어 발레리노가 발레리나의 허리를 감아 돌리고 어깨에 앉혀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다분히 분석적인 표정으로 짬짬이 연습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 대표는 “본 무대에서는 더 뜨겁고 농밀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랑의 화신인 에디트 피아프를 삶에 지친 40대 이상의 중년 여성에게 바친다”고 전했다.

프랑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는 전 세계적으로 영화, 연극, 뮤지컬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다 간 피아프에게 수많은 예술인이 매료됐다. 피아프는 어려서 부모에게 버림받고 창녀촌에서 노래 부르며 자랐다. 이후 카바레 주인의 눈에 띄어 가수로 데뷔한 뒤 샹송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냈다.

서 대표 역시 15년간 피아프를 짝사랑해 왔다. 1998년 프랑스 현지에서 피아프에 대한 뮤지컬을 본 뒤 ‘언젠가 한국에서 무대를 올려야겠다’는 꿈을 간직해 왔다. SEO(서) 발레단의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는 프랑스어로 노래 부르고 연기하는 국내 최초의 작품이다. 에디트 피아프 역을 맡은 배우 델핀 헥크와 조명 디자이너 펠리네 로스, 의상·무대 디자이너 제롬 캐플랑 등 전 세계 아티스트 40여명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피아프의 일생을 따라 ▲거리에서의 유년 시절 ▲카바레 가수로 데뷔하기까지 ▲사랑과 열망 ▲죽음 등으로 장을 구분해 파란만장한 피아프의 인생을 표현한다. 발레를 토대로 탱코, 캉캉, 비보이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각 장에 녹여냈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피아프가 하늘 저 멀리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혼돈 속에서 헤매는 그림자 퍼포먼스로 막이 오른다. 서 대표는 리허설 현장에서 “손끝을 살려, 손끝을. 더 넘어가면 안 돼. 모습이 안 보여”라고 말하면서 장막 뒤편에 켜진 불빛 앞에서 춤추는 발레리나에게 그림자의 디테일(세밀함)을 주문했다. 피아프의 비극적인 인생이 섬세한 발레 동작으로 아련하게 다가왔다.

“발레는 비극적인 사랑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춤이에요. 피아프의 사랑을 승화적으로 표현하는 데 이것만큼 아름다운 몸짓이 따로 또 없죠. 비보이, 캉캉 등도 거리, 카바레 등 각 장의 공간적인 특징을 살리기 위해 이 안에 녹여냈습니다.”

공연은 10·11일 오후 8시, 12일 오후 5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 2만∼5만원. (031)828-5841

의정부=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유영 '우아한 미소'
  • 이유영 '우아한 미소'
  • 혜리 '깜찍한 볼하트'
  • 고민시 '매력적인 눈빛'
  • 지지 하디드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