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저성장·세수 감안 않고
정치권, 정부곳간 허물려고만 해” 10년째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넘긴 ‘늑장 국회’가 복지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렸다. 이로써 새해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모든 계층에 복지 혜택을 주는 이른바 ‘보편적 복지’를 기반으로 예산을 손질함에 따라 정부의 균형재정 계획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복지예산이 재정에 미치는 효과는 청사 신축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 예산은 사업이 완공되면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복지예산은 한번 생겨나면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수혜 대상자가 늘면서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3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에서 처리된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복지 관련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2조원 가량 늘어 100조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이차 보전으로 새해 지출 항목에서 빠진 주택구입자금 융자 5조5000억원을 더하면 105조원에 이른다. 액수로 사상 최대 규모이며,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약 30%로 사상 최고치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현 추세를 유지하더라도 2030년 15.2%, 2040년 18.4%까지 늘어난다. 향후 고령화로 정부 지출이 급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건전성은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와 대선 공약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로 2016년까지 20조원가량의 재정적자가 지속된다고 경고했다. 재정이 악화되면 경기 진작이나 복지에 쓸 재원이 고갈되고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새해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새해 성장 목표를 두 차례나 조정해 당초 4.3%에서 3.0%로 낮췄다. 성장이 뒷걸음질치면 세수가 줄어 재정 악화는 불문가지다. 이런 처지에서 정치권이 나라 곳간을 채워넣지는 못할망정 허무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세계적 경기 불황과 재정 건전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선심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한번 늘어난 복지 예산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앞으로 복지사업마다 정부 곳간의 자물쇠를 원칙 없이 푸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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