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고용증대 파급 효과도 탁월
서울, 마포등 6곳에 창업센터 운영
자금조달 등 생태계 구축 미흡 여전
마케팅·혁신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최근 창업 열풍이 거세다. 소규모 사업자가 많은 사회의 토대는 건강한 법이다. 하지만 창업 열풍에 정부와 언론이 우려를 쏟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업 행렬이 대부분 생계형이라는 점 때문이다. 삶의 후반기에 태동하는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창업은 사회의 불안감도 야기한다.
서울시 보육프로그램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망고앱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사회적 논란으로 부각된 자영업자의 ‘갑을 문화’는 사실 생계형 창업과도 연관이 깊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의 2011년 조사에서 한국의 생계형 창업은 53.4%였지만 기술형 창업은 46.6%였다. 정부가 표방한 혁신주도형 경제 운용 방침이 현장에서 접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창업은 생계형 창업과 달리 성숙단계에 접어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제격이다. 생산성과 고용 증대 파급효과가 생계형에 비해 탁월하다. 고용 규모만 봐도 기술창업의 우위가 보인다. 창업진흥원의 2011년 분석결과 사업체당 고용 규모는 제조업 3.8명, 정보서비스업 8.5명, 기술서비스업 9명이다. 기술창업은 생존율도 높다. 창업 기업의 생존율은 3차연도에 26%였지만 기술업종은 50%에 달했다.
개인의 삶의 측면에서 볼 때 인생의 후반기가 아닌 전반기부터 적극적으로 태동할 수 있는 게 기술창업이다. 기술창업은 박근혜정부가 내건 창조경제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기술창업 안착이 힘든 산업 생태계
다행히 대학가와 기업 연구소 출신을 중심으로 기술창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기술창업의 중요성에는 지방자치단체도 공감하고 있다. 기술창업의 중심지는 아무래도 서울이다. 서울의 벤처기업 수는 2003년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1년 기준 5962개로 국내 전체 벤처기업의 21.7%가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서울 지역의 벤처기업은 59개로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서울시는 마포구의 강북청년창업센터와 용산구의 청년창업플러스센터 등 6곳에 창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창업은 서울시창업지원센터와 서울신기술창업센터, 성수IT종합센터 등이 구심점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2009년부터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 운영하는 보육센터는 예비 창업자와 창업 3년 미만의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업종은 정보통신이나 디지털 콘텐츠, 환경 관련 등이다.
그동안 서울시의 창업센터는 입주공간 제공의 1세대를 시작으로, 컨설팅을 하는 2세대를 거쳐 투자와 자금조달에 도움을 주는 3세대 창업보육으로 역할을 개선해 오고 있다. SBA가 운용하는 보육센터에서 입주해 ‘망고앱스’를 운영하는 정윤영(39) 대표는 “개발자에서 전략기획자를 거쳐 벤처창업으로 SBA에 입주해 고정비를 줄일 수 있었다”며 “자금이 좀 모이면 보다 공격적인 투자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창업 환경이 잘 구축돼 있다는 서울시조차도 기술창업을 위한 산업생태계 구축은 미흡하다. 미아방지 기능 앱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 커브’의 박덕례(42) 과장은 “자체개발한 앱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유용성이 있는 것이어서 공공기관들에 수차례 의뢰했지만 벤처기업의 생산품이어서인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대안으로 외국 수출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통로 확보가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 기업의 육성을 돕는 서울 구로구의 서울시창업지원센터. |
예비창업자들이 기술창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은 것은 역시 자금 부문이었다.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환경관련 기술 개발 벤처를 설립하려고 했던 최금현(35)씨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했는데 자금이 없어 사장시키고 있는 상황이고, 다른 업체에도 팔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하반기 예비창업자 152명과 기술창업기업 35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런 점이 지적됐다. 예비창업자 52.6%, 기술창업경영자 67%가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자금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김묵환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공창업 사례나 창업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경제적인 분위기가 기술창업 예비창업자에게 적극성을 부여할 수 있다”며 “창업성공을 위해서는 네트워크와 마케팅 전략을 가다듬고 혁신적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금지원과 함께 마케팅·기술 지원, 성공사례 전파 등을 통한 창업문화확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기술창업 생태계 선순환 구축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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